▲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이 지난 6월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인터넷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인터넷전문은행에만 은산(은행-산업자본)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법안들이 제출되면서 현재 예비인가를 신청한 3개 컨소시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러나 벌써부터 연내 법 개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컨소시엄들이 현행 은행법 테두리에서 지분구조를 정했지만, 은행법 개정을 가정한 미래의 지배구조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점에서 은행법의 향배에 따른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산업자본 지분한도 4→50%로 확대…대기업에 50% 허용안도

 

12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겨냥해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은 지난 7월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안과 지난 6일 같은 당의 김용태 의원안 등 두 건이다.

 

정부는 6월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했으나 법 개정안을 내지 않았다.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대 쟁점은 기업(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은산분리 규정의 완화 방안를 담을 소유구조 부분이다.

 

정부안은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전체 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한도를 현행 4%에서 50%

로 완화하되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을 완화대상에서 뺐다.

 

아울러 대주주와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은행 자기자본의 25%에 해당하는 금액과 해당 대주주의 은행 출자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중 적은 금액'에서 자기자본 비율 규정만 25%에서 10%로 축소했다.

 

신 의원안은 정부안과 사실상 같다고 보면 된다. 정부처럼 비금융주력자 지분한도를 50%로 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그 대상에서 제외해서다.

 

다만 신 의원안은 신용공여한도에 대해서는 별도로 개정안을 내지 않았다.

김 의원안은 신 의원안보다 파격적이다.

 

지분한도를 50%로 늘린다는 점에선 같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를 막고자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아예 금지하는 방식으로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 은산분리 부분 완화 '뜨거운 감자'…국회 공방 치열할 듯

 

개정안들은 인터넷은행을 하겠다는 3개 컨소시엄의 지분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신동우 의원안은 시기적으로 7월 초에 나왔다는 점에서 은행(1금융권) 주도의 컨소시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 방침과 마찬가지로 지난 1일 예비인가를 신청한 컨소시엄의 구성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컨소시엄을 주도한 3개 업체가 KT, 인터파크, 카카오라는 점은 은산분리 이후를 가정한 구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은행법에 따른 이번 인가과정에선 2금융권이 대주주로 나섰지만,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비금융주력자인 현재의 간판업체가 최대주주가 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향후 경영권 다툼 가능성을 없애고자 컨소시엄별 구성원 간에 은행법 개정의 시나리오별로 지

분율 재편을 약정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태 의원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에 대한 별도 규제를 하지 않아 대기업도 은행 지분을 50%까지 가질 수 있게 된다.

 

컨소시엄 주도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상호출자제한기업에 해당하는 KT가 수혜를 볼 수 있다. KT는 정부안이나 신 의원안에서는 최대주주 지위가 불가능하지만 김 의원안에선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61곳(계열사 1천678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대주주 지위에 대한 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SK(SK텔레콤)와 포스코(포스코ICT), GS(GS홈쇼핑, GS리테일), 한화(한화생명), 효성(노틸러스효성, 효성ITX,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등 대기업이 3개 컨소시엄에 주주로 참여한 상태다.

 

나아가 이르면 내년에 시작되는 2단계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때 대기업의 주도적 참여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용태 의원실은 제안이유에 대해 "인터넷은행이 성공하려면 ICT 기업 등 창의성·혁신성을 갖춘 잠재 후보자의 진입이 허용돼야 한다"며 "다만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와 그가 지배하는 기업집단 회사에 신용공여를 금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공시와 규제로 투명해진 경제 현실에 비춰볼 때 대기업에 대해서도 추가 견제장치를 전제로 은행업에 대한 길을 열어줄 때가 됐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럼에도 김 의원안은 물론 신 의원안도 국회에서 통과될지 예단하긴 어렵다.

통과되더라도 지분율이 50%까지 완화될 수 있을지, 대기업에도 인터넷은행 대주주 진입을 허용할지도 불투명하다.

 

은산분리 자체가 그간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동일인 지분한도(8%) 규제가 등장한 데 이어 1994년에는 지분한도가 4%로 축소됐다.

 

2002년부터는 동일인 지분한도(10%)와 비금융주력자 지분한도(4%)가 함께 적용됐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에 대한 지분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은행법의 근간을 이뤄온 은산분리 원칙을 손댄다는 점에서 반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번 회기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다.

 

내년 초에 임시국회가 열릴 수 있지만 총선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뜨거운 감자'를 처리하기에

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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