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갑질 아파트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대한민국

 

최근 온라인 포털에 아파트 경비원 갑질 뉴스가 일일 실시간 최고의 키워드로 도배를 한적이 있다. 입주민의 계속된 폭언을 견디지 못한 경비원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투신해 자살하고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그뿐인가? 택배 수령 문제로 분쟁을 벌이던 경비원이 입주자 대표를 살해하는 일은 가히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으리라! 충남 천안의 모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의 사소한 민원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에서 투표로 경비원의 목을 짜른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이 모두가 아파트경비원에 대한 입주민들의 성숙하지못한 자세에서 벌어진 일이아닐까 싶다. 어느 한가지도 가슴아픈 사연이 아닐수 없으며 이들 사건을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분노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이나라 정부의 책임이며 방증(傍證)이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 아파트 갑(甲)질’이라는 글과함께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한 장의 사진의 위력은 대단했다. 도대체 어떤 모습의 사진이 국민들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게 한 것일까?

 

SNS를 타고 급속히 퍼진 이 사진에는 놀랍게도 10대 여학생에게 부동자세로 선 채 깍듯하게 고개 숙여가며 인사를 하고있는 경비원의 모습이 담겨 있다.어찌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 걸까?

 

나이 지긋한 경비원이 자신의 손주 손녀뻘인 중고생에게까지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폭언은 예사요, 이유도 알지 못한채 뺨을 맞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 비인격적인 대접을 받으면서도 저항하지 못하는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자.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부분 1,2년의 계약직으로 채용되지만 누구도 계약기간을 보장받지 못한다.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 주민의 민원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바람앞에 등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직장이라 불리는 아파트 경비원은 전국적으로 대략 11~2만 명에 이른다. 나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경비원은 대부분 격랑의 한시대를 아픔으로 살아 온 60대 전후 세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밤을 꼬박세우며 도둑을 지키기위한 경비업무는 기본이고, 청소, 재활용 분리수거, 주차관리 업무 외에도 아파트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경비원은 정말 입주민들 앞에서는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이런 경비원에게 일부 입주민들은 참기 힘든 모욕과 함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재취업할 곳이 없다는 현실앞에 눈물을 삼키며 참을 수밖에 없다. 경비원 자리라도 내 가족을 위해서는 지킬수밖에 없는 이 시대 우리 아버지들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는 말은 이제 물거품이 된지 오래며 입주민과 경비원의 상하 신분 차이(?)를 웅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왜 이런 사고가 계속 되어야하며 왜 그들은 이런 차별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입주민들이 하대하는 경비원이 과연 과거 그들보다 못한 집업군에 있었던 분들이라고 착각하지 말라.오히려 정부기관에서 고위직으로, 교육기관에서 지도자로, 기업체에서 중역으로, 수십 년의 경험을 쌓은

우량경력을 소지한 전문가들이 예상외로 많다.

 

그들은 바로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할아버지고 아버지며 삼촌이고 형님이며 따뜻한 이웃집 아저씨다. 그들이 지금 당신들이 주는 조그만 녹봉을 받는다고 함부로 대할 분들이 아니다.

 

특별한 경우 경비보안업무로 인해 연령대가 젊어질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지긋한 연세 드신 분들이 하기에 적합한 업종이 바로 아파트 경비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약자로 분류되는 경비원들에게 형편없는 대우를 하고 있고 잘못된 법적 제도적 장치 때문에 이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법적으로 경비원은 감시적 근로자로 분류된다.때문에 일반 근로자와 차별받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의 정의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경비원은 제63조 3항에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1일 근로시간, 휴게시간(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및 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적용의 제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제정 당시의 열악한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 했다고 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적 지위와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근로기준법을 그대로 존속,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많은 분들이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이제 이런 악법은 당장 없어져야할 국가적 선결과제다.

 

경비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헌법 제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 라고 명시 하고 있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경비원들에겐 그리 달콤한 말로 들리지 않는다. 너와나, 그리고 입주민들이 편히 잘수있는 것은 불철주야 잠 못 이루고 소속기관단체의 인명과 재산, 시설에 대한 안전의 최 첨병의 역할을 하는 경비원들이 파수꾼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밤낮 궂은 일 마다 않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격려나 위로를 건네자. 일부 못된 인간들의 무지에서 오는 언행과 비인격적 대우는 하루 빨리 근절되어야 한다.

 

“우리가 고양이나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고 먹을 물을 구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내가 이 땅을 나의 조국이라 부르겠는가?”라고 울부짖은 인도의 성자 ‘암베드카르’의 외침이 새삼 떠오른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암베드카르’는 변호사가 되어서도 천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욕감과 심한 차별을 받아야 했다. 하층민들의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계급제 철폐운동을 주도한‘암베드카르’의 지칠줄 모르는 외침은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가리키는 지표라는 사실을 이글을 읽고있는 모든분들이 가슴속에 새겨주었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감히 권해본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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