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이슬     

[중앙뉴스=신주영기자]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출고가격을 1천 원대로 인상하고 나서 거친 비난 여론에 직면했는가 하면 대형마트 매출이 10% 이상 감소하는 등 후폭풍에 직면했다.

 

8일 이마트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제품의 11월 30∼12월 6일 매출이 전주(11월 23∼29일)와 비교할 때 14.5% 감소했다. 이 기간 참이슬의 경쟁제품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제품은 13.4%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참이슬 제품 매출은 11.4% 줄어든 반면 처음처럼 매출은 12.8% 늘었다.이는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30일자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360㎖) 출고가격을 병당 961.70원에서 1천15.70원으로 54원 올린 걸 기점으로 소비자의 참이슬 '외면'이 현실화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가격을 54원 올리자 대형마트에서는 유통마진을 고려해 점포별로 출고가 인상 폭보다는 큰 80∼100원을 올려 판매하고 있다.

 

인상된 가격으로 참이슬을 공급받는 음식점에서도 이전에는 병당 4천원 하던 소주가격을 500원에서 1천원까지 올려 5천원을 받는 곳도 속속 등장하면서, 참이슬 대신 여타 경쟁 소주를 주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가격 인상으로 서민 경제를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민감해 참이슬 대신 다른 주류업체의 술을 선택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쟁업체들이 "올릴지 말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참이슬 가격 인상 이후 대전·충남 지역의 맥키스컴퍼니가 자사 소주 브랜드인 'O2린'(오투린)의 출고가를 963원에서 1천16원으로 5.5%, 제주의 한라산소주가 '한라산소주'의 출고가를 1천80원에서 1천114원으로 3.14% 올렸으나 여타 업체들은 아직 잠잠하다.

 

이전에는 어느 한 곳이 인상하면 줄줄이 따라가는 추세였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참이슬 가격 인상에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경쟁업체들은 선뜻 가격 인상 따라 하기를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가 참이슬과 함께 뭇매를 맞을 수 있는데다 자칫 매출 동반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쟁업체들은 원가부담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태도이지만,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해 인상 시기를 조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2위 업체인 롯데주류는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참이슬과 처음처럼 간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가격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차별화 전략으로 참이슬을 추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참이슬이 47∼48%로 부동의 선두이고 처음처럼 18∼19%, 무학소주 12∼13% 순이다.

 

통상 소주는 음식점과 가정 소비로 나눌 수 있는데 양쪽 모두 출고가격이 싼 소주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참이슬의 '나홀로 고가(高價)'가 지속되면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류업계와 소비자단체들 간에 소주가격 인상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류업계는 하이트진로가 뭇매를 맞고 있지만, 원가인상 등 여러 요인을 놓고 볼 때 소주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04년 참이슬 출고가격이 800원대였고 11년이 지난 2015년 1천원대로 오른 것은 그동안 물가 인상폭을 감안할 때 그다지 크게 올린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주의 원재료 가격이 최근 3년간 모두 하락했는데 소주 가격이 올라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소비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에탄올 원액인 주정에 물과 각종 첨가물을 넣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의 원가를 따져볼 때 주정의 원재료인 쌀·보리, 겉보리, 현미가격이 내렸기 때문에 소주가격 인상 요인이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주정이 소주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면서 "주정 이외에 여타 첨가물의 가격이 올랐고 각종 인건비와 포장비용이 상승한 점 등을 감안해 이번 출고가 인상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는 병 구입 단가 인상을 소주 가격 인상 요인으로 들고 있으나, 빈 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을 올리는 법률 개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이유를 대는 것은 궁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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