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명예회복 없는 위안부 합의는 무효다

 

일본군 위안부, 일본군 성노예(日本軍性奴隸)로 불려지는 할머니들이 지금 이시간, 당신들이 한평생 겪어온 고통의 시간을 일본정부로부터 도둑맞은 것에 원통해 하며 흐느껴 울고있다. 이번 위안부 한, 일 정부간의 합의는 1965년 한, 일 협정에 비견될 많큼 굴욕적인 외교인데도 정작 정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끝자락에 그동안 숙제로 남아있던 위안부[慰安婦]문제가 한,일간의 극적인 합의로 이루어졌으나 정작 기쁨보다는 탄식으로 대한민국이 술렁거린다. 협상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번 협상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며, 국가적인 치욕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위안부[慰安婦]라는 말을 입에조차 담기도 부끄러운 시간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자국(自國)군인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제적이거나 집단적으로 인신매매범과 매춘업자 등에게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을 납치와 매수를 지시했고 지시를 받은 일본의 충견들에게 소녀들은 그렇게 처참하게 일본군들의 성적 노리개로 끌려갔다.

 

대한민국처럼 아픈 역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도 이 지구상에서 그리 많지않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이 그랬고, 일제강점기가 그랬다. 우리들의 조상들은 그 때마다 민족의 힘으로 이겨냈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섰다.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결코 우리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지금 이나라에서는 치욕스럽고 아픈 과거를 현재의 이익 때문에 잊으려고 하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누구를 위해 아픈 과거를 덮으려 하는지 작금의 사태에 대해 정부에게 묻고싶다.

 

지난 28일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성노예'라는 단어와 상호 비난을 자제한 다는 조건을 앞세워 정식으로 일본과 위안부 협상을 타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골자는 일본 정부의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우리나라가 재단을 설립하면 일본 정부가 정부 자금을 출자해서 지원하는 형식으로 마무리 한다는 것이 협상의 전부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착각한 것이 있다.가장 중요한 협상의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을 망각(忘却)해 버린 것이다. 다시말해 범죄를 저지른 자가 스스로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며, 이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백번이라도 옳은 일이다.그러나 이번 협상은 그런 내용들이 모두 빠져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렇게 끝까지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들인데도 왜 정부는 악수(惡手)를 두었을까?

 

이번 협상의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아니다. 더 자세히 들어가보면 바로 피해를 당하신 할머님들과 일본 정부와의 권리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비추어볼 때 우리 정부는 일본정부에 할머님들이 직접적으로 할 수 없는 일만을 대행만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할머님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심지어 협상 전 의사를 묻는 일조차 없었다.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필자'는 정부가 할머님들의 명예회복 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협상이라는 결과물에 더 관심이 있었고

국민의 명예나 권리보다는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본정부에게 꼬리를 흔들어 댔나 싶다.

 

웃기는 것은 적과의 전투에서 대단한 승리를 이끌어 낸 개선장군(凱旋將軍)처럼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다. 정부는 최선을 다했고, 사죄도 받았으며 돈도 받았기에 모두를 위해 잘 된 이라고 외교부가 공수표를 날렸지만 "아뿔사' 어느누가 믿어줄꼬..

 

여론조사에서 이번 합의를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60%에 가깝게 나타났다는 것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협상은 잘못된 협상일수 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정확하게 판단해준 것이다.

 

할머님들이 받았던 몸과 마음의 상처를 돈 몇 푼으로 치유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우리 정부는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고 스스로 위험한 일을 자초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정부의 위안부 협상은 졸속이었고, 할머님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국가대 국가의 벼락치기 협상이었다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한국정부는 위안부 합의에 있어서 가장먼저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최 우선 조건으로 내세워야 했다. 정부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은 뒷전이고 위안부지원 자금 10억엔만을 부각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더러운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꼴이고 할머니들을 두 번 욕보이는 일이다.

 

세계 경제대국이라 떠들어대는 대한민국이 꼴랑 10억엔에 할머니들의 자존심을 팔아먹은 꼴이다.

 

업드려 절받기식 사과를 받고 돈 몆푼 쥐어주니 이제는 일본의 비위맞추려 드는 꼴이 우습다.여기에다 소녀상 철거는 절대 없다던 정부가 소녀상의 이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명시한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굽히고, 심각한 인권 침해와 유린의 기억을 지우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협상 하루 전만 해도 절대 타협대상이 아니라고 부인하다가 전격 합의해준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피해자들은 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억지논리라면 분명 소녀상은 철거 될 것이다. 역사는 잘못된 과거를 잊어버리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자와 국민의 이해를 당부하는 짤막한 메시지를 낸 것도 이해가 안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 그렇게 몆줄의 대사로 모든 것을 끝낼 일이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직접 찾거나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합의안을 받아들여 달라고 간곡히 설득하는 진솔함이 있었어야 했다. 피해자들과 국민이 대통령의 의지와 진솔함에 공감할때 위안부 문제를 매듭짓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솔직히 이번 협상은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 대해 당당히 요구하는 지위를 전제로 협상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꼼수에 더 양보하고 말았다. 왜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정부는 국민적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일본정부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았다.더욱이 내각총리인 아베의 사과문 까지도 외무상이 대독한 것도 우리 국민을 무시한 무뢰하고 건방진 행위다. 그리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대책과 관련해서 한국정부가 피해자지원재단을 설립하고

여기에 일본정부가 정부예산으로 10억 엔(약100억 원)규모를 출연하기로 했다는 점이 합의내용의 전부다.

 

합의문에는 국민이 이를 납득할 만한 내용이 없다. 한·일 및 한·미 관계 발전과 동북아 안정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말로는 국민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해 시키기에는 충분치 않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존재하며 국민은 국가의 주인이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할머니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은 우리의 국토를 저들에게 강제적으로 유린당했던 우리의 아프고도 치욕적인 역사이자, 우리가 평생 안고가야 할 중요한 경험이고 자산이다.

 

그런대도 정부는 이런 졸속 협상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한번 더 짖밟아 버렸다. 이나라가 과연 누굴 위한 국가이고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서 정부는 협상의 권한이 누구로부터 나왔고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잊어선 안 된다.

 

지금 이시간에도 노령의 몸으로 두눈을 부릅뜨시고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계시는 마흔 여섯 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합의했다 하더라도 할머니들의 분노를 잠재울 진정한 사과가 없다면 이번 합의는 진짜 무효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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