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길거리 정치가 부끄러운 나라

 

‘야당 독재시대’라는 말이 새해에 들어서 언론에 스멀스멀 오르내리고 있다. 이말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등장한 이후에 생겨났다. 야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다며 민생법안 처리는커녕 심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말인 듯 하다.

 

그렇다면 야당 의원들은 자신들을 향한‘야당 독재시대’라는 말에 과연 동의 할까? 야당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거래’했다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니 19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공허하다 못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빵점 국회라고 평가절하 하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나랏일은 뒷전이요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식물 국회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심기는 불편을 넘어 울화통이 치밀었으리라. 특히 야당의 비협조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로 결국 불편한 속마음을 드러냈고 아예 천만명 국민서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며 길거리로 뛰쳐나갔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경기 성남시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위한 1천만인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이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나도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의 심정은 어떻겠느냐. 힘을 보태려고 서명을 하게 됐다”고 서명 이유를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다루고 있는 입법 사안에 대해 안하무인(眼下無人)격으로 길거리로 나가 직접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안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앉아서 국회를 압박하고 그것도 모자라 길거리에서 보여주기식 정치를 하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손바닦으로 하늘을 가리는 비겁한 짓이라고 혹평했다. 차라리 국회의장을 포함한 여러 정당의 대표들에게

이 난국을 헤처나갈 묘안과 협조를 구했어야 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잘난 야당 인사들은 한술 더 떠 대통령에게 부여된 최종적 문제 해결의 책임을 길거리 서명과 같은 방법으로 남에게 돌려서야 되겠느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다.

 

'필자'는 “박 대통령이 갈급한 마음으로 길거리 서명에 참여한 행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굳이 왜?라고 따진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 수준을 넘어 비상사태까지 맞이할 수 있는 상황에서 노동 개혁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는 해를 넘겼고, 테러방지법은 10년 넘게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기때문이라고 말이다.

 

'필자'의 마음이 이럴진데 불임(不妊)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이야 대통령과 똑같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다루기 어렵다고 해서 국회와 파트너십을 버리는 행위는 국민들에게 결코 긍정의 박수를 받을 수 없다.

 

국민들은 그동안 야당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국정 현안을 국회에서 풀지 않고 길거리로 뛰쳐 나가 시민단체들과 합세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농성까지 서슴치 않았던 무책임 정치를 비판해 왔다. 박 대통령의 서명정치도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 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통령 언행의 신중성을 주문하는 청와대 가신(家臣)들의 직언(直言)이 없다는 것도 유감스럽다.

 

아쉬운 것은 “박 대통령이 길거리 서명운동을 하기에 앞서 과연 얼마나 많이, 그리고 최선을 다해 야당의 지도자들과 격이없는 대화를 해 보았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단독으로 만난 것이 취임 직후 단 한 차례뿐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여야 지도부를 함께 만난 것도 5차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은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

 

야당 의원들을 자주 백악관으로 초청해 격이없는 대화를 나누고 도움을 청하는 백악관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이렇게 야당 지도부나 국회와 대화하지 않는 대통령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권 밖에서 다수 국민을 상대로 국회를 비판·압박하는 장외(場外) 정치가 아니라 여야와 직접 소통하고 설득하는 대국회(對國會)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의 완성은 대통령과 여야지도부,그리고 국회가 함께 해내야 할 몫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힘들어서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에휴"라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대통령들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허탈하다 못해 화가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나 싶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한나라의 지도자가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지구촌은 국경없는 전쟁중이다.대통령이 겨우 국내정치에 흔들리고 휘청거려서야 어찌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할까 싶다.대한민국의 미래는 대통령의 약함을 용서하지 않을것이며 강인한 대통령을 칭송할 것이다.

 

야당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반대 할때는 하더라도 협조 할때는 통크게 협조하자. 대통령이 큰 그림을 그릴수 있도록 도움도 주자. 그래서 국민의 마음을 사면 당신들도 언젠가는 다시 정권을 잡을수 있을 테니까..

 

더이상 우리는 길거리에서 보여주기식 행위를 하는 대통령을 보고싶지 않다. 왜? 그자리는 대통령이 있을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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