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가리켜 흔히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수가 많다. 유엔에 가입한 나라로만 치면 맞는 말이지만 이 외에도 사실상 분단되다시피 한 나라들은 부지기수다.

 

54개 소수민족이 포진하고 있는 중국은 우선 대만이 딴 살림을 차린 지 67년이 흘렀고 티베트에서 독립운동이 벌어져 피비린내 나는 소탕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는 체첸 독립운동과 테러로 몸살을 앓으며 남북예멘은 합쳐졌다가 떨어지기도 하면서 내전상태다.

 

필리핀 역시 반군들이 영토의 변두리를 점령하고 있으며 시리아를 비롯한 이슬람 여러 나라들이 종파주의에 휩싸인 채 테러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 매일처럼 전쟁이다. 이들의 테러를 막기 위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선진국들은 시리아 공습을 계속한다.

 

자기 민족끼리 정부군과 반군들이 싸우다가 결국 국제테러로 번지며 국제적인 대 전쟁으로 발돋움한 셈이다. 그나마 우리는 63년 전 정전협정을 통하여 유례없는 장기간의 휴전상태에 있다고 하나 끊임없는 무장남파 간첩의 발호, 잠수함 침투, 김신조일당 청와대 습격조, 천안함 폭파, 연평도 포격 등등 크고 작은 도발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수해가 났을 때 구호물자를 주고받은 일도 있으며 이산가족의 눈물겨운 상봉도 간혹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일들이 간헐적으로 민족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점은 통일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통일은 누구도 거역하기 어려운 민족의 숙원이다. 남북 간에 어떤 난제라도 통일이 전제된다면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 국민의 정서다. 장준하는 “어떤 통일이라도 좋다”고 외쳤지만 그 역시 적화통일을 바라지는 않았다. 오직 평화적인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소망이었을 뿐이다.

 

남북이 하나로 통일되는 첫 번째 관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6.25전쟁 중에 있었다. 남침을 자행한 인민군이 파죽지세로 쓸고 내려왔으나 유엔군의 참전으로 전세는 역전되어 평양을 탈환하고 압록강까지 북진했다. 이 때 인해전술을 구사하는 중공군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역사적인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엔군은 중공군에게 밀려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현재의 휴전선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채 3년간의 처절한 전투 끝에 정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 부르며 안타까운 나날을 흘려보내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신뢰프로세스를 통일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통일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 정권들이 맺어놓은 남북합의서 등의 이행을 위하여 애쓰고 있다.

 

그 중의 하나인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성 때문에 임금인상 등 문제점이 생길 때마다 기업주들과의 협의를 통하여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파기하고 본격적인 원폭개발에 들어가 이미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자행했으며 장거리 미사일도 인공위성이라는 이름으로 쏴 올려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핵무장과 장거리 로켓발사는 북한의 정상적인 경제수준으로는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규모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조달하는 것일까.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50만에서 300만의 북한인민들이 굶어죽었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다.

 

김대중정부에서 햇볕정책을 펴면서 북한의 경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0년 8월22일에는 개성공단 남북합의서가 채택되었으며 현대그룹 정주영을 통해서 소 천 마리를 트럭에 실어 운송하는 통 큰 이벤트성 행사도 벌였다. 물론 수백 대의 트럭도 북한에 넘겨줬다.

 

금강산 관광길을 열어 수십만 명의 한국인들이 입국료 100달러와 비싼 입산료를 물어가면서 금강산 구경을 했다. 게다가 김대중은 김정일과의 정상회담 대가로 5억 달러를 지불하는 용단을 내렸다.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이 휴전선을 넘나들고 정상들이 만나는 행사로 이어지니까 금방이라도 통일이 오는 양 희망과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김대중은 이를 계기로 노벨평화상을 단독으로 수상하는 숙원을 이뤘으나 상대인 김정일은 불만이었을 것이다. 북한의 이른바 수소탄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전 세계는 북한제재에 공조한다. 유엔에서도 안보리에서 심도 있는 제재를 논의 중이다. 미국은 가장 강력한 북한제재법을 상하양원에서 통과시켰다. 한국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전기와 수도도 끊었다.

 

공단에 쌓아둔 기계설비와 제품 그리고 시설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업체에 대해서는 응분의 보상이 약속되었다.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의 자금줄은 외화벌이 일꾼과 중국과의 교역이다. 여기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게 중국이다. 중국이 제대로 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끄덕도 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제재도 미적지근할 게 뻔하다.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번에 미국에서 발효될 북한제재법은 제3국을 통한 북한거래 회사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 한 가닥 희망을 준다.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핵과 장거리미사일에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개성공단 폐쇄는 극히 작은 용단일 수 있지만 국제적 동참을 요구하려면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함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출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더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북한 붕괴론을 꺼낸 것은 시의 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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