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4,13 총선서 보여준 국민들의 100점짜리 표심

기성 정치권 심판한 4·13 총선의 오묘한 민심, 무서웠다 


4,13이라는 연극무대는 끝이나고 관객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기획사는 나름대로 무대를 멋지게 꾸미고 인기스타들을 무대에 올리며 관객몰이에 나서 흥행을 기대했지만 관객들의 평가는 냉철했고 비판은 매서웠다. 이는 건방떨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비꼬아 하는 말이다.

 

20대 총선 결과, 국민들은 정치권에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정답을 제시했다. 국민들은 안정과 견제를 묻는 문제를 두고 잠시 고민을 했으나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모범 답안으로 안정이 아닌 견제와 변화를 정답으로 적었다.

 

채점 결과 집권세력은 16년 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여소야대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갔다.

 

97% 의 투표함이 열린 14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한 선거혁명과 다름없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졌다.

 

분노에 억눌려 있던 국민들은 사나운 맹수와 같았다.투표 결과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확보 실패는 물론 제1당 자리까지 내놓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총선은 과거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선거로 정당 구도상 절대적으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유리 할 수 밖에 없는 선거였다.그래서 13일 투표가 마감 될때까지 어느 누구도 집권여당의 참패를 예상하지 않았고 또 인정하기 싫어했다.

 

하지만 투표함이 열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새누리당 지도부 오금을 저리기 시작했다. 야당 후보들이 하나둘 출마지역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기 시작하자 새누리는 점점 초상집 분위기로 몰렸고 더민주는 잔치집 분위기에 샴페인까지 준비했다.

 

더민주는 지역구는 물론 전체 의석에서도 새누리당을 앞서며 제1당의 자리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왜? 라는 의문 부호가 따라 붙을만 하다.그동안 새누리당은 각종 보궐선거에서 승승장구하며 제1야당을 침몰시켰다.이기는 선거를 몆번 하다보니 건방이 하늘을 찔렀다. 

 

새누리는 앞서 공천 파동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국회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80석까지 내다봤다. 분위기가 고무된 새누리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가 될 것이라고 오판을 했고 국민들 역시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계파간 공천 파동을 일으켜 기존 지지층에게 분노를 샀다.

 

결국 투표가 시작되면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이 시작됐다. 새누리당 후보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불협화음이 선거여왕인 박 대통령의 작품인 것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의 참패는 바로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경고다.
 
더군다나 새누리는 무룹까지 꿇어가며 남은 대통령의 임기동안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 달라고 읍소까지 했지만 국민들은 등을 돌렸고 집권당의 억지 쑈라며 오히려 조롱했다.

 

이번 4,13 총선의 참패는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구멍이 뚫렸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에게 족쇄를 채울수 있게 됐다.

 

20대 국회가 구성되면 가장 먼저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 등 후반기 중점과제 해결을 해야한다.그러나 자력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진 새누리는 더민주 보다는 국민의당에게 읍소하고 아부를 해야 할 것 같다.있을때 잘해라고 하는 말이 새누리에게는 뼈있는 말로 들릴수도 있겠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에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나라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박 대통령에게는 줄곧 오만과 불통의 리더십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

 

결국 국민들은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펼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를 향해 표라는 무서운 회초리를 들어 혼쭐을 냈다.

 

여권에 승리를 이뤄내기는 했으나 더민주도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다소 이른감이 있다. 더민주의 승리는 자체의 힘으로 거둔 것도 있지만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한 거센 민심이반(民心離反)의 반사이익(反射利益)을 통해 얻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사상 최악의 야권분열 사태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안겨준 것은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응징 기류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더민주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든지 더민주를 향한 따듯한 미소가 싸늘한 냉소로 바뀔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승리의 조건이 자의든 타의든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은 역시 대단했다. 야권 분열 속에서도 수도권에서의 압승은 칭찬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할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에 비참한 패배를 당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은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그리고 더민주에 대한 호남인들의 경고였고 반대로 제3당으로 정치무대에 일약 스타로 등장한 안철수,천정배 등 국민의당 후보 모두에게 호남인들이 보내는 호남인들의 믿음이자 기대치에 대한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백지수표였다.

 

호남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덕에 호남의 맹주로 우뚝선 국민의당 역시 비단길 보다는 험란한 자갈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호남골 호랑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야만 진정한 동물의 왕이 될수있다.

 

20대 국회는 물론 양당 정치에 익숙해져있는 기존 정치권에서 국민의당이 기치로 내걸었던 정치 혁명의 실질적 내용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국민의당에게 걸었던 기대는 순식간에 신기루로 변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은 지역구만으로 볼 때는 호남당에 불과할 뿐 전국정당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호남에서의 승리 역시 이곳 유권자들의 ‘반문재인 정서’에 기대 이룬 승리일 뿐 안 대표가 내세운 ‘새정치’ 등이 호소력을 발휘한 결과가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참으로 오묘하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현 정권과 새누리당을 확실히 응징했고 제1 야당에게도 절대적 지지를 보내지 않는 균형감 있는 100점짜리 표심을 보여줬다. 정치권은 이런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잔치는 끝났다. 5월30일부터는 4년 동안 봉사할 ‘선량(選良)’ 300명이 여의도에 입성한다.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패배자들에게는 위로를 보내자. 그리고 당장 정치개혁에 나서서 정상화된 정치를 만들어 국민에게 돌려주자.그래야 나라에 희망이 생기고 밝은 미래가 보인다.

 

이제 국민들은 당신들을 믿는다. 왜? 우리는 누가 뭐래도 자랑스런 대한국민이기 때문에..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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