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ICT의 만남, 그 중심에서 혁신을 꿈꾸다

[중앙뉴스=김종호 기자] 국내에서 농업과 ICT기술의 융합은 시험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경제성과 소비자 인식이 늘고 있어 점차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과 농업을 융합하는 움직임이 국내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회사가 ‘엔씽(n.thing)’이다.

 

엔씽 김혜연 대표는 ‘모든 사람들을 농부로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엔씽은 스마트화분 플랜티(Planty)로 알려져 있지만 김 대표가 그려나가고있는 그림은 화분에 머물지 않는다. 엔씽은 누구나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도와주는 스마트농업 플랫폼을 구축, 이를 통해 미래에 다가올 ‘먹거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 엔씽(n.thing) 김혜연 대표     ©김종호 기자

 

 

▲ IoT-농업 융합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엔씽’

 

“2014년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했을 때 IoT(사물인터넷)가 많은 이슈가 됐다. 그때 당시만 해도 플랜티 같은 제품을 눈으로 직접 보기 어려웠다. 플랜티는 킥스타터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고 지금은 양산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를 활용해 농업을 혁신할 방법은 많다. 농업의 기초단위는 하나의 포트다. 실제 대규모 농업을 할 때도 포트단위가 재배의 기준이 된다. 우리는 하나의 화분에 집중했다. 엔씽의 플랜티는 좀 더 재밌게 식물을 키울 수 있게 소셜 기능 덧붙였고, 가족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게끔 만들었다.”

 

현재의 IoT 기술을 잘 활용하면 사람이 직접 농장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일을 찾아 머물지 않아도 센서로 환경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때에 맞춰 물이나 약을 주는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엔씽 김혜연 대표는 전자과 출신이면서 여러 해 동안 농업 관련 경험을 축적했다.

 

그는 “IT같은 경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둘 다 좋아야 만족스런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농업도 마찬가지다”며 “현재 농업은 온실 시스템 등 하드웨어는 잘되어 있지만 식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등 노하우에 관한 SW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농업-ICT간 융합 가능성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플랜티(Planty)를 하나의 ‘점’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점차 그 ‘점’을 다른 가능성과 연결시킬 생각이다. 시흥에서 준비하고 있는 도시형 스마트팜도 그 계획을 구체화 시키는 행보 중 하나다. 농업이란 포괄적 시장에서 곡류시장·화훼시장·신선채소등의 세부 카테고리를 선택·집중하겠다는 전략.

 

 

▲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 IoT를 통해 해소  

 

“도시에 살면서 시간과 열정이 충분치 않다면 주말농장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건, 사실상 쉽지 않다. 몇 주 혹은 몇 달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그걸 위한 서비스나 디바이스가 전무한 실정이다. 시흥에서 딸기를 키우면서 도시형 스마트팜의 BM(비즈니스 모델)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포트 단위로 분양을 해서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스마트폰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된다. 그날의 상태를 체크해주면서, 나중에는 수확도 직접 할 수 있다. 주말 농장에서 한발 앞서간 모델인 셈. 그곳에서 불필요함을 제거하고 체험을 통해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직접 따는건 재밌다”   

 

‘먹거리’의 안전성은 우리 모두의 중요한 ‘화두’가 된지 오래다. 그는 현대인의 90% 이상이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떨어져 있다고 느끼며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 모르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IoT를 통해 해소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우리집 베란다에서 바로 키워 먹을 수 있는 인도어(in-door) 파밍 시스템에 주목한다. 식물 재배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시켜 도시에서도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나 자신만의 개인 농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그가 제안하는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는 농사(Agriculture)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결합한 말로 엔씽이 제공하는 핵심 ‘가치’인 것.

 

 

▲ 제조업을 넘어 ‘미디어회사’로 발돋움

 

 

“IoT는 단순한 제조업으로 보면 안 될 것 같다. 사물 인터넷이라는걸 쉽게 말하면, 모든 사물들을 인터넷에 연결한다는 의미다. 예전의 ‘그냥’ 사물에 인터넷을 연결, 어떤 콘텐츠를 담으면 곧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되는 셈이다. 미디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데이터를 담거나 전달하는 그릇이다. 기술이 발달될수록 디바이스는 공기처럼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생활속에 스며들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콘텐츠다. 엔씽도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회사’라 정의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 

 

기존제조업에서는 하나의 제품에 대한 수지타산을 따져본다. 하지만 ‘미디어’라는 접근법으로 다가선다면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단일 제품으로 보면 이익이 나오기 힘들지만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개념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조업이 아닌 미디어회사로 정의를 달리하면 무궁무진한 수익창출 가능성이 열린다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 일을 즐기는 친구들이 모인 곳…결국은 ‘사람’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제품 양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 비용이 필요하다. 엔씽은 '린(lean) 스타트업'을 시제품 제작에 접목, 불필요한 부분은 제외시키고 신속하고 유연하게 프로토 타입 개발에 성공했다.

 

이 같은 접근방식에 관해 그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초기에 제작비용이 많이 든다. 프로토타입은 린(lean) 방식이 좋다.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 시제품은 빨리 나올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양산과정에 들어가면 쉽게 요소를 바꾸기 어렵다.

 

기술이나 실력과 다르게 경험이 작용하는 지점이다. 단가산정, 제조일정등 제조업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헤매기 쉽다”고 설명했다. 김혜연 대표는 경험있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엔씽에서 일을 수동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 일을 만들어서, 찾아서 하는 친구들이 모인 곳이다”며 “일하는 걸 즐기는 친구들에게 동기부여와 방향을 잘 잡아주는 게 나의 역할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