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오 김가영이 부르는 보석같은 시대의 외침들

▲     노래하는 나들( 문진오. 김가영)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노래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한때 그 중심에서 노래하던 문진오 김가영이라는 가수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진정한 노래꾼들은 변방에 많다고들 하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노래하는 나들(문진오. 김가영)은 민초들의 뜻 깊은 무대에서 가장 빛난다. 그 빛을 살뜰하게 모아 이번에 앨범을 발표했다.

 

음유시인들답게 뇌세포들을 잔잔히 혹은 예리하게 깨우는 촉수들이 오감을 일깨우는 그 무엇이 있다고나 할까?

 

이번 음반에는 연대와 평화를 꿈꾸는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수록되었다. 어려운 시절을 겪어 왔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라는 메세지의  ‘나무’ 쓸쓸한 현대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도종환 시인의 시 ‘귀가’ 베트남전의 아픔을 다룬 ‘도안응이아의 봄’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노래 ‘4월엔’ 평화를 기원하는 권정생 시인의 시인 ‘애국자가 없는 세상’ 그리고 아이들이 입시나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내 아이야’ 외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기를 바라는 ‘길-2’ 등이 실려 있다.

 

 음반의 주인공(문진오)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눠보니 투박하지만 믿음직한 인상이 말하듯 역시 그의 음악 세계는 순수하지만 강한 외침이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노래에 관심 가져주었다며 못내 부끄러워하던 천상 가수인 ‘노래하는 나들’의 음반 속 시어들처럼 시의 향기가 물씬 귓가를 맴맴 돈다.

 

다음은 ‘노래하는 나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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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분이 결성해서 노래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난 후 한명의 음악가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친구는 쌍용 자동차 해고자 복직투쟁을 비롯하여 힘닿는 대로 연대 활동을 하던 친구였습 니다.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였던 그 친구는 문진오의 후배이자 김가영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를 보내고 나서 다시 노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2집 음반 ‘기억이 되기 위해서’를 출반한 김가영과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던 문진오가 함께 노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20대 때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같이 활동했던 역사도 있구요. 그리고 “노래”는 함께 부를 때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2. 문학이나 정치가들에게도 철학이라고 하는 그들의 철학이 있는데 노래하는

   가수들로서 어떤 철학이 있으신지요?

  - 노래는  “말의 연장”이라고 생각 합니다. 내가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또는 사회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음악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대중음악은 많은 부분 삶과 동떨어진 사랑타령이 주류이거나 ,자극적인 욕구 해소로 문화를 소비 하는 데에만 다양한 시도와 장르들을 접목시키며 변화무쌍하게 자본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며 끊임없는 소비만을 생산해 내는 것이 문화인 양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다양한 계층의 삶을 노래하고, 소비되는 문화가 아닌 더 중요한 그 이면의 가치도 여전히 끊임없이 이야기 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보다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위한 노래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성공했던 요인도 8~90년대를 관통했던 그러한 시대적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구요.

‘노래하는 나들’ 또한 노찾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찾사에 1989년 공개 오디션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공개오디션 당시 면접에서 ‘노래운동으로 나의 삶을 풀어 가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래 실기 점수는 별로 안 좋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합격을 했습니다. 그 이후 꾸준히 저의 삶을 적어도 그 당시의 말에서 벗어나지 않게 살아 왔다 자부하고 있습니다.

민주정부 이후 오히려 우리 스스로 ‘민중가요’라는 이름을 버리려고 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왠지 촌스럽고. 뭔가 뒤떨어진 느낌이 들었었거든요.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출현으로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고, 삶을 위한 노래 또한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불리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민중가요’라고 이름이 붙여져서 마치 운동을 위한 노래라는 느낌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남미 쪽에서는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ón)” 새로운 노래. 즉 대안적 노래의 의미로 불리어지거든요. 즉 사랑타령만이 아닌 사회의 변혁을 위한 삶의 노래, 저항의 노래를 일컫는 것 이지요. 프로테스트 송(protest song)이라고도 하구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민중가요’라는 말보다는 ‘저항가요’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 어떤 명칭이 됐든 ‘노래하는 나들’의 음악은 삶과 보다나은 세상을 위한 저항의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3. 늘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 편에서 노래하는듯한데 어떤 이유가 있나요? 

   -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하구요. 저희가 노래를 부르는 의미나 목적(?)이 단순히 한 개인의 만족, 유희를 위한 것이 애초에 아닌 것이었고, 음악을 시작하게 된 동기도 8, 90년대를 관통한 민주화 운동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우리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함께 좀 더 따뜻하고 어우러져 살만한 세상을 꿈꾸기 위한 것이었으니, 그 길을 같이 가자고 저희는 노래로 이야기 하는 것일 뿐이지요.

 

4. 가수 예술가로써 소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꾸준히 노래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지요.

사랑 노래도 좀 하고...(웃음) 사실 고속, 고도성장으로 너무나 바쁘게 살아왔고 또 현재도 성장위주의 경제체제가 기본적인 시스템인 우리나라 사회에서 노래를 하며 살아간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현실입니다. 음악과 전혀 관련 없는 알바를 하면서 버텨야 되기도 하구요.

 

5.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음유시인으로서 바램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 평등 아닐까요? 아직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생각 합니다. 남녀, 빈부, 비정규직 문제, 학력, 계급 등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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