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롯데홈쇼핑 '6개월 황금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력사 대표 비상간담회 롯데홈쇼핑 본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미래과학부가 평가항목 누락을 사유로 롯데홈쇼핑에 '9월 28일 이후 6개월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이와 관련한 납품 업체의 도미노 피해 등 파급 효과를 사전에 면밀하게 분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30일 오전, 오후에 걸쳐 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NS쇼핑·홈앤쇼핑 등 5개 홈쇼핑 대표와 한국TV홈쇼핑협회, 한국티커머스(TV방송을 통한 전자상거래)협회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영업정지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롯데홈쇼핑 협력사들의 판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미래부는 회의 결과와 관련, "5개 홈쇼핑 업체는 롯데홈쇼핑 납품업체들이 자사에 입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한국TV홈쇼핑협회와 한국티커머스협회는 홈쇼핑 입점 지원을 위한 납품 상담창구와 상담전화를 운영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회의 석상에서는 참석 업체들의 우려도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우리 채널의 프라임타임 방송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있는데, 롯데 납품업체들을 받아주면 또 다른 피해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그런 풍선 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커지는)가 생길 정도로 무조건 받아달라는 게 아니라 신규 업체 입점 기회가 있다면 롯데 납품업체들도 고려해달라는 것"이라고 협조 요청의 수위를 조절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 대해 "당장 (롯데홈쇼핑 납품사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도출하기는 어려웠고 미래부가 취지와 총론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정도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일단 서둘러 홈쇼핑 대표들을 불러 모으고, 설익은 대책을 놓고 협약(MOU)부터 맺는 등의 미래부 대응에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롯데홈쇼핑에 예상보다 센 징계를 내렸지만, 이 정도로 납품업체나 고용 등에 미치는 파장이 클지는 몰랐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예정대로 프라임타임 영업정지가 실행되면 6개월동안 롯데의 매출은 6천억원 정도 줄어든다. 롯데홈쇼핑 매출의 약 65%가 협력업체 납품대금으로 지급되는만큼 협력업체의 매출 손실도 3천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납품업체의 66%가 중소기업이므로 대략적으로만 잡아도 중소기업 협력사 상품 약 2천570억원어치가 6개월간 판로를 잃게되는 셈이다.

 

아울러 롯데홈쇼핑은 6개월간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로 택배업체들의 수입도 최소 250억원(2천500원씩 1천만건 감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승인 과정에서 비위 임원 정보라는 중요한 내용을 누락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메이저 홈쇼핑에 '반년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릴 때는 납품업체나 물류 등 관련 산업이 입을 타격에 대해 먼저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프라임타임 수수료 삭감 등 납품업체들에는 피해가 가지 않고 롯데홈쇼핑만 징계할 수 있는 다른 여러 방안들이 있었을텐데 단순한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져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 같은 지적에 미래부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사전에 100% 알고 있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징계 결정에 앞서 협력업체의 어려움 등 파장을 충분히 예상하고 단계별 대책도 구상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미래부는 향후 실효적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홈쇼핑사 실무진과 미래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태크스포스를 구성하고, 롯데홈쇼핑에 단독 납품하는 중소협력사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들어가며 대책을 보완할 방침이다.

 

하지만 영업조치에 따른 피해 규모에 비해 정부 대책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이 조만간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해 일단 영업정지 유예 조치를 받은 뒤 본격적으로 행정 소송을 통해 이번 징계가 적절한 수준인지 따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실제로 내부에서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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