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우리에 떨어진 남자아이를 구하려고 멸종위기종인 '롤런드 고릴라'를 사살한 사건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자료화면=MBC 캡처     © 중앙뉴스

 

미국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우리에 떨어진 남자아이를 구하려고 멸종위기종인 '롤런드 고릴라'를 사살한 사건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온라인과 SNS상에서는 고릴라가 아이를 해칠 의도가 없었다며 동물원측에서 고릴라를 사살한 것은 과잉 대응이었다는 비난의 글이 넘처났다. 이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CNN방송과 NBC뉴스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4살 남자아이가 고릴라 우리에 떨어지자 동물원측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아무 잘못도 없는 17살 된 수컷 롤런드 고릴라 하람베를 총으로 쏴 사살했다.

이날 아무 이유없이 총에맞아 목숨을 잃은 롤런드 고릴라는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에 약 300~400마리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인 메이너드 신시내티 동물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급박한 위험'에 처한 아이의 안전을 고려해 하람베를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취총을 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쐈어도 고릴라를 동요시켜 상황이 악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원의 해명에도 과잉 대응이었다는 비난의 글들이 온라인과 SNS에 수없이 올라왔다.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인간의 무지와 부주의로 아름다운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자기 아이도 간수 못 한 부모의 아이를 보호하려고 하람베를 죽였다"는 비난 글이 쇄도했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28일부터 '하람베를 위한 정의'라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져 하루도 안 돼 8천 명이 서명했다. 29일에는 신시내티 동물원 앞에서 보이콧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논란은 하람베가 떨어진 아이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하람베는 우리 해자에 떨어진 아이의 바지 뒤를 잡아당겨 해자 가장자리로 던졌다. 이후 아이 주변에 머무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때부터 의견이 갈렸다.

 

180㎏ 넘는 하람베가 거칠게 아이를 다루는 듯한 모습에 부모들은 비명을 질렀지만, 고릴라 전문가들은 하람베가 아이를 보호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잉대응 논란이 확산되면서 동물 애호단체인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은 트위터에 “이번 사건은 고릴라들도 작은 생명체를 보호하고, 인간처럼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감금으로 인해 또다시 동물이 죽었다”. 울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20년전인 1996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브룩필드 동물원에서 어린이가 고릴라 우리에 빠진 적이 있었다고 NPR이 보도했다.

 

당시에는 세살 어린이가 우리에 떨어져 의식을 잃었으나 암컷 고릴라가 어린이를 부드럽게 안고 있다가 의료진에게 인계했다. 이 어린이는 치료를 받은 뒤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이후에 알려졌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