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사회적 약자다. 신체의 어느 곳에 장애가 있건 우선 마음대로 활동하는 것이 불편하고 사회적 편견에 부딪쳐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장애인 없는 나라는 없다. 그들 대부분이 후천적 장애인이다. 선천적 장애인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세상 빛을 봤기 때문에 부모와 형제들의 극진한 사랑 없이는 살아나가기 힘들다. 때로는 버림을 받기도 하고, 학대와 천대의 대상이 되어 세상을 원망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숫자는 전체 장애인의 약 10%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에는 약 600만을 헤아리는 장애인이 있다. 90%는 후천적 장애인이다. 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어제까지 멀쩡했던 사람도 오늘은 장애를 딛고 일어서야 되는 처지가 되는 수가 부지기수다.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고, 누구나 교통사고 등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애인은 때로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기피인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를 딛고 굳세게 일어나 비장애인보다 훨씬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도 적지 않다. 외국의 사례자들도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인물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세계인이 모두 즐기는 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이어서 장애인 올림픽이 열린다. 여기에 참여하는 장애인 운동선수들의 기량을 보면 놀랍다. 피나는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 얻어진 성취감은 어느덧 장애를 잊고 당당한 스포츠맨의 모습으로 부각된다.

 

장애인들은 장애부위에 따른 단체를 구성하고 정부의 지원과 보조를 받는다. 그들은 국민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정부에서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그들을 위해서 기꺼이 세금을 낸다. 장애인들도 일한만큼 응분의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런데 장애부위가 애매한 장애인 단체가 있다. 청각장애인 단체다.

 

지금 우리나라에 청각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약 27만 명이다. 등록되지 않은 청각장애인을 모두 합치면 35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농아인(聾啞人)은 4.6%인 2만 명 이하다. 농아인이란 청각과 언어를 모두 잃어버린 중복 장애인으로 언어소통의 수단은 오직 수화(手話)에 의존한다. 그들 대부분이 특수학교에서 농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았으며 수화를 사용하여 자기들끼리의 의사소통은 아무 문제도 없다.

 

다만 수화를 모르는 일반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아인이 아닌 난청 장애인들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인공 달팽이관이나 보청기를 장착함으로서 비장애인과 어느 정도 ‘말’을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막을 상실하여 완전히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잃었지만 수술을 통해서 청각신경에 인공 달팽이관을 연결하면 큰 지장 없이 청력을 회복한다.

 

인공 달팽이관은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반 보청기를 끼기만 해도 듣는데 문제가 없다. 난청 장애인들은 대부분 일반교육과 통합교육을 받은 관계로 농아인들이 사용하는 수화를 배울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서는 전혀 듣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농아인과 보청기를 통해서 충분히 들을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난청 장애인을 한데 뭉뚱거려 모두 농아인협회로 모아 놨다. 난청 장애인들이 따로 청각장애인협회를 조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캐나다 등 선진 각국에서는 난청인협회와 농아인협회를 구분하여 대응하며 상호 존중과 조화로운 활동을 도와준다. 농아인들도 사회활동이 필요하고 실제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난청 장애인 역시 인공 달팽이관이나 보청기로 일반인과 다름없이 사회생활을 영위한다.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면 농아인들은 수화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시각으로 받아드린 수화는 일종의 그림이기 때문에 대뇌에서 논리적이라기보다 영상으로 처리되는 시각위주의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난청 장애인들은 보조수단을 통한 청각 되살리기로 정상적인 대뇌활동이 가능하며 논리적인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김재호목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일찍이 인식하고 농아인과 난청인을 따로 구별하여 단체를 구성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어려운 목회자의 길을 걸으면서 2011년에 한국청각장애인협회를 결성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3차에 걸친 사단법인 신청을 보건복지부에서는 받아주지 않고 있다. 새 국회가 구성되면서 그는 4차신청서를 접수시켰다.

 

그대로 놔두면 또 반려될 것이 분명할 듯싶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농아인협회는 약 2만 명에 불과한 농아인들이 모인 단체인데 정부는 난청 장애인 모두를 이 농아인협회 회원으로 간주한다. 등록 청각장애인이 27만이니까 어마어마하게 큰 단체로 보이지만 청각장애만 가진 사람들은 이 단체에 속해있지 않다.

 

청각장애인협회를 꼭 만들고 싶으면 농아인협회의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엉뚱한 제의를 한다. 장애인을 진정으로 도아주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각자의 장애부위에 따른 단체조직의 분리가 절대로 필요하다. 상대영역의 침범 등 불필요한 갈등요소를 없애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단체의 법인화조차 거부당하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의 오랜 소원이 금년에는 훤하게 뚫리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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