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영호(55) 공사의 탈북과 관련,영국 유력지 '선데이 익스프레스'가 태영호 공사 가족의 긴박했던 망명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 중앙뉴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망명한 태영호(55) 공사의 탈북과 관련,영국 유력지 '선데이 익스프레스'가 태영호 공사 가족의 긴박했던 망명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태 공사의 망명과정이 "마치 영국의 스릴러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했"고 한 편의 첩보영화 같았다며 탈출 과정을 소개했다.

 

선데이는 지난 6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자금 횡령과 비밀 누설 혐의로 태영호 공사에 대한 소환 지시가 떨어졌고, 6월의 어느 날, 태 공사는 런던의 한 골프장에서 영국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했다고 전햇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였던 오백룡 집안 출신의 아내 오혜선 씨 역시 혁명 1세대 자손들이 잇따라 실각, 강등되는 것을 보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태 공사의 입장을 전달받은 영국당국은 그로부터 2주 뒤, 내부 논의를 마치고 미국 정보 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영국정보부로부터 태 공사가 망명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워싱턴의 고위 관계자들은 7월 초, 태 공사의 망명을 논의하기 위해 즉시 영국으로 날아왔다.모든 것이 양국의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지만, 이후 열흘 만에 서울과 '유럽 등지에서 북한 외교관의 망명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태 공사의 망명과 관련, 뭔가 낌새를 느낀 북한 중앙검찰소는 7월 12일 태 공사에 대한 수사 시작 결정서를 발급하면서 사태는 긴박하게 돌아갔고 태 공사의 망명은 12일을 전후해 이뤄졌다.

 

태 공사의 둘째아들인 금혁 군의 영국인 친구도 "7월 중순, 금혁의 모든 SNS가 먹통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하루 태 공사의 가족들은 숨 막히는 날을 보내야 했고 마침내 7월 중순의 어느 평일, 출국일 아침이 밝았다.태 공사 부부와 두 아들은 영국과 미국 관계자들이 동행한 가운데, 영국의 공군기지로 향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태 공사는 자신의 골프채를 짐에 실었고, 부인 오혜선 씨는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사고 싶다며 대형 마트인 '마크스 앤 스펜서스'에 들러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태 공사 가족과 영국, 미국 관계자 7명은 영국의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에서 30인승 영국 공군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출발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타이푼 전투기 2대가 비행기를 호위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독일로 향하는 2시간 동안, 금혁 군은 한 친구에게 자신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 사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썼고, 태 공사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2시간 뒤, 비행기는 독일의 람슈타인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직항으로 한국에 왔다는 초기 보도와는 달리 제 3국인 독일을 거친 것,

 

태 공사 가족은 독일의 람슈타인 미군기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마침내 한국으로 무사히 들어왔다.

 

한편 태영호(55) 공사의 탈북 과정에 현지 탈북민들의 ‘물밑 도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5년 북한을 탈출해 2007년 영국에 정착한 김주일 국제탈북민자유민연대 사무총장은 22일 “한국과 영국의 정보 당국이 태 공사가 밝힌 망명 의사의 진위를 판단하는데 현지 탈북민들의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북한 출신이라는 입장에서 태 공사의 망명 의사의 진실성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탈북민들은 태 공사가 안전하게 대사관에서 몸을 피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고 한다.

 

탈북민들은 태 공사 가족이 비행기를 통해 영국을 빠져나온 당일 이송 과정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총장은 “태 공사가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탈북민들의 도움이 있었다”면서도 “현지 탈북민들의 신변 노출 등을 고려해 구체적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탈북민들 중 일부가 공항에서 북한 기관원들의 감시망을 살피거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인권 관련 집회를 개최해 북측 인사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 사무총장은 “태 공사는 현지 탈북민들이 자신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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