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의 경주가 흔들렸다.그것도 한번이 아닌 두번씩이나, 우리나라가 지진에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바램은 지난 12일 밤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이제는 우리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지난 12일 경주시민들을 불안에 떨게했던 5.8의 강진이 발생한지 1주일 만에 다시 4.5의 여진이 천년 문화 유산의 도시 경주를 한번 더 흔들었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지진을 경험한 경주 시민들은 지금도 지진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진(地震)은 지구 내부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거나, 발파나 핵실험과 같은 인공적인 폭발에 의해 발생한 지진파가 사방으로 전달되어 지반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지난 1978년 10월, 충남 홍성군 일원에서 발생한 진도 5의 지진으로 홍주성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 세계 지진발생현황을 보면,1980년부터 2012년까지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약 140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불의 고리’라 불리는 태평양에 접해 있는 아시아 일부 지역과 북미에서 남미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보다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계기관측 사상 가장 큰 지진으로 알려진 것은 1960년 5월 22일,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9.5의 지진이다. 이어 규모 8.5이상의 대규모 지진은 1905년부터 2012년까지 총 19회였고 그 중 13회가 환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했다.

 

불과 5년전인 2011년 3월 11일,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은 전 세계인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지진과 지진해일로 2만 4천여 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됐고 재해와 함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로 주변 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 심각한 우려와 걱정을 일으켰다.

 

이처럼 지진에 의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실례로 1976년 7월 중국 탕산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인해 약 24만 2천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제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증명됐다. 경주가 가장먼저 지진의 공포를 경험했다면 다음은 어디가 될까? 이쯤에서 "기자"는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를 묻고싶다.

 

지진이 엄습하던 날, 경주시민들은 지진이라는 대 자연의 분노에 불안과 두려움으로 떨어야 했다.

 

진앙지인 경주와 달리 지진을 현실감 있게 느끼지 못한 지역도 많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으나 진앙지인 경주를 비롯한 영남 일대에 닥쳐온 두번의 지진은 현지인들에게 관념적인 위협이 아니라 눈앞에 닥쳐 온 현실적 두려움이었고 공포였다.

 

이번 지진으로 인간은 대 자연앞에 지극히 미미한 존재라는 사실과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깨우처준 사건이다.

 

천재지변은 이번 경주 지진처럼 예고없이 찾아오거나 사전에 이상한 징후로 경고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것을 알아 대처하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재난은 천재지변과 달리 조금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면 사전에 대형사고를 막을수 있다.인재(人災)인 세월호 사건에서 그 교훈을 얻는다.

 

세월호 가족들의 눈물을 지금까지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눈물샘을 마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재난대응을 위해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하지만 이번 경주 지진을 경험하면서 안전처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한심했다.

 

이번 경주 지진에서 안전처는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 기관이 안전은 커녕 무능함을 드러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매뉴얼도, 골든타임도, 사후대책도 없는 ‘3무(無)대책’이라는 의원의 질타까지 나왔다. 재난 관련 부처만 신설했을 뿐 재난에 대한 준비나 대비태세는 전혀 갖추지 못한 "불안처"였다.

 

홈페이지와 재난문자 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안전처는 더이상 국민들을 보호해줄 기관이 아니다. 지난 19일 밤 경주 여진 직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2시간 동안 ‘먹통’이 됐고, 긴급재난문자도 일부 지역에는 지진 발생 14분이 지나서야 재난 문자를 보냈다.

 

안전처는 지난 12일 일어났던 경주지진 본진(本震) 때 홈페이지가 3시간가량 불통되고 긴급재난문자도 9분이나 늦게 늑장 발송한 것을 이번 여진때도 그대로 재연했다. 당시 거센 비판이 일자 안전처는 홈페이지 처리 용량을 최대 80배까지 늘려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큰소리 쳤지만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안전처는 3분 안에 보내야 할 긴급재난문자 지각 발송과 관련해서도 기상청의 기계적 문제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뻔뻔함을 보였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국민안전처의 무능은 이번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런 조직에 대해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내 누구도 따끔하게 질책하거나 경각심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은 박근혜 정부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국민불안처’가 되어버린 무능하고 한심스런 저들과 현실로 닥친 강진 공포를 자신들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정부에 어느 국민이 신뢰를 보내겠는가,

 

이번 여진으로 공포를 느낀 일부 시민이 대피용 배낭을 꾸렸다는 말까지 들린다. 더욱이 나랏님! 조차  믿지못해 국민들 스스로‘생존배낭’을 싸두자고 한다면 참 서글픈일이 아닐수 없다. 

 

남들이 늦었다고 할때 정부는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신뢰와 믿음을 되찾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왜? 그때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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