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하룻밤 새 천당에서 지옥 오가...‘패닉’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한미약품이 또 한 번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잭팟’이 터졌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30일 돌발 악재가 등장하면서 한미약품은 하룻밤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패닉에 빠졌다.

 

▲ 한미약품이 1조원대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표적 항암신약 'HM95573'의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95573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한미약품은 제넨텍으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8천만달러(879억원)와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한 데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으로 8억3천만달러(9천120억원)를 순차적으로 받게 되며, 총 계약규모는 9억1천만달러(1조원)에 달한다.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될 경우에는 판매에 따른 두 자릿수 로열티도 받을 예정으로, 이번 계약의 전체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항암제 분야에서 축적된 역량을 보유한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제넨텍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HM95573이 암으로 고통 받는 전 세계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사브리 제넨텍 부사장은 "두 회사의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적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단, 이번 계약에는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기술을 도입할 경우 요구되는 미국 공정거래법의 승인절차가 적용돼 올해 4분기 이내에 최종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HM95573은 RAF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신약이다.

 

RAF는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AP kinase) 중 하나로, 암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그러나 1조원대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는 소식이 들린 다음날,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표적 항암신약 기술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권리를 1년여 만에 반환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 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30일 공시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내성 표적 폐암 신약 '올무티닙'을 기술수출했는데, 베링거인겔하임이 해당 물질에 대한 임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

 

당시 한미약품이 발표한 총 계약규모만 8천 500억 원대였다.

 

이후 베링거인겔하임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올무티닙 판권을 보유하고, 지난 6월에는 글로벌 허가를 목표로 임상시험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의 모든 임상데이터 재평가, 폐암 표적항암제의 최근 동향과 미래 비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미약품 측에 알렸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및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6천500만달러(한화 약 718억원)는 반환하지 않는다.

 

두 회사는 계약종료일까지 올무티닙에 대한 책임과 권한 이양에 협력할 방침이며, 계약종료일은 오는 11월 11일이다.

 

올무티닙은 폐암 세포의 성장 및 생존 관련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변이형 EGFR(표피 성장인자 수용체)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3세대 내성표적 폐암 신약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표적 폐암 치료제인 'EGFR-TKI(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 제제에 내성이 생겨 더는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복용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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