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을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솔직히 '필자'는 김영란법을 조목조목 깔끔하게 정리해서 답해줄 수 있을 정도가 못된다.

김영란법 시행 1주일을 맞고있는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와 혼란이 함께 공존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김영란법을 제정한 목적이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패와 부정 청탁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있다.앞서 헌법재판소는 “부패는 법의 지배와 경제질서를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발전을 늦추며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고 법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엄격한 법 규정은 “과도하게 개인 생활을 규제하는 것”이란 시각과 현실에 맞지 않아 사문화될 것이란 전망이 함께 공존한다. 이제 자연스럽게 김영란법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들이 등장할 것이고 옳고 그름은 법원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적용 범위를 둘러싼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꼭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우리사회가‘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김영란법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법 적용을 피해 갈 편법을 찾지 말아야 한다.

 

과거 중국은 동쪽에있는 예의밝은 나라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존경하고 우대했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인 대한민국이 어느덧 세월이 하수상하다 보니 '정'이란 이름 아래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소박한 마음을 주고받는 것 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점에서 씁쓸하기 그지없다.

 

김영란법이 일부 논객들 사이에서 긍정보다는 비판적 시각이 다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하지만 그동안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시 여기고 옳지 못한 행위를 옳은 양 버젓이 해왔던 우리 사회의 병폐를 되돌아보면 이 법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일지도 모른다.

 

김영란법은 2011년 한 변호사가 내연의 여검사에게 횡령사건을 청탁한 대가로 벤츠승용차를 선물하면서 작은 불씨가 만들어 졌다.이 사건에서 법원은 청탁에 의한 대가성 정황은 있지만 현행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이들의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필요 악이다.

 

특히 정의롭지 못한 사회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대한민국 안에서 핵폭탄급 비위(非違)사건이 터질 때마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은 "대가성이 없다"는 식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해갔다. 소위 빽있는 금수저들의 뻔뻔스러운 낮짝에 국민들은 공분(公憤)할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사회가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전 국민을 감시자로 만들어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반작용도 있다는 사실에 우려감마저 들기도 한다.

 

더욱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직사회를 비롯해 전 국민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 만남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어 불신이라는 의심병마저 들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더욱이 공직사회가 김영란법으로 인해 내부 고발을 촉발해 조직 내부의 소통과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는 등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한 조직 내 경쟁자를 고발·감시해 탈락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히 있을수 있고 상사와 부하 직원 간 소통마저 막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포했던 ‘범죄와의 전쟁’과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시행하며 김강자 경찰서장이 주도했던 ‘성매매와의 전쟁’도 초기에는 조직폭력 와해, 집창촌 철거 등 대대적인 효과를 거뒀으나, 지속적인 법 조항 및 실행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와 논의가 부족해지면서 이후 범죄 및 불법 성매매를 지하세계로 끌어들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김영란법 역시 여전히 부정청탁에 대한 포괄적 금지라는 법 취지와 단기간에 완성된 허술한 법 조항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전통이나 미풍양속이란 명목 아래 이성적이고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할 사회적 판단이 감성적이고 사적으로 처리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김영란법의 안착을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과도한 감시와 불신에 주눅 들기보다 스스로 투명한 사회관계를 맺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법 정신에 따라 생활과 습관을 바꿔 나간다면 오히려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 부패의 근원지는 우리의 이웃인 우편배달부나 경비원에게 시원한 음료수 한 병 건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돈 있고 힘있는 인간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면서 이 사회를 독식하려는 탐욕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김영란법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와 노력에 달려있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자. 김영란법은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누구에게?...여러분과 나에게

 

/중앙뉴스/news@ejanews.co.kr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