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배관 유증기 폭발…과실·책임 가려 처벌"

[중앙뉴스=김종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2시 35분께 울주군 온산읍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 지하화 공사현장에서 지름 44인치짜리 원유배관 철거를 위해 배관의 원유 찌꺼기를 제거하는 작업(피그 클리닝·Pig Cleaning) 중 폭발이 일어나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 최모(58)씨와 김모(45)씨 등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석유공사는 17일 이번 울산 비축기지 건설 현장 폭발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책임이 발주처인 석유공사와 원청 건설사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사고 원인 등을 놓고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14일 오후 2시3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에서 원유배관 이설공사 중 폭발사고로 6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 석유공사 김정래 사장 "폭발사고 사상자 발생 발주처로서 책임감“

 

석유공사측은 17일 사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통해 ‘지난 10월 14일 공사가 운영하는 울산석유비축기지 건설공사 현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데 대해 발주자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사 발주처인 석유공사가 원청업체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 오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발주 계약서상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책임은 원청 시공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사고와 관련된 입장을 담은 자료에서 “안전관리 미흡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원청시공사에 있고, 이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시공사가 책임지도록 계약서에 규정됐다”며 석유공사의 책임을 부인한 바 있다. 이같이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석유공사의 입장은 “유감”스럽지만, ‘책임은 없다’였다.

 

석유공사 주장처럼 플랜트현장 중대재해 산재 대부분은 원청시공사의 안전관리 소홀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발주처가 책임을 비껴가기는 어렵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지적한다.

 

▲ 울산 플랜트 건설노조 "한국석유공사-SK건설 안전관리 소홀로 폭발"

 

이와 관련,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지부는 17일, 울산에 위치한 석유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주처인 석유공사, 원청기업인 SK건설 등에 대한 사죄와 책임을 촉구했다.

 

노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발주처인 석유공사는 공사 기간 단축을 요구하고 원청 건설업체는 시간에 쫒겨 안전 매뉴얼을 생략해 결국 사고가 발생한다며 사고 배경을 설명하고 석유공사가 과거에도 유사한 폭발사고로 2003년 4명, 2009년 8명의 사상자를 낸 사실을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있었던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 지하화 공사현장 폭발사고는 발주처와 원청시공사의 안전조치 소홀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발주처인 한국석유공사와 원청시공사인 SK건설이 폐배관에 남아있던 잔류가스나 원유찌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작업지시를 했다는 것.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측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잔류가스가 남아 있었다는 건데 청소작업을 앞둔 배관에는 가스가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잔류가스가 남아 있어서 폭발사고로 이어졌다면 이는 원청인 SK건설이 가스제거와 같은 안전의무작업을 이행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발주처의 공기단축 요구로 원청기업이 물청소 작업을 하지 않아 배관에 가스가 남아 있어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고 책임은 원청업체와 발주처 모두에게 있다는 입장이여서 이번 폭발 사고로 인한 책임 소재와 보상 과정 등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SK건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사가 진행되는걸 지켜봐달라. 아직 정확히 밝혀진게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 17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 지하화 공사현장에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울산소방본부 등 관계 기관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 “배관 유증기 폭발…과실·책임 가려 처벌"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폭발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에서 지난 17일 합동감식을 벌였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이날 국과수,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울산소방본부, 안전보건공단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울주군 온산읍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비축기지 지하화 공사 현장을 살펴봤다.

 

합동감식팀은 기관별 의견을 교환하며 현장을 정밀감식했고, 폭발은 배관 안에 남아있던 유증기(油烝氣)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티를 만나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자 배관에 남아있던 기름 찌꺼기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공사를 발주한 석유공사, 시공업체인 SK건설, 숨지거나 다친 근로자들이 소속된 하도급업체 성도ENG 관계자를 소환해 가스 사전 제거 이행, 근로자 안전교육과 작업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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