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시월, 그 뒤

 임영희

 

 

이윽고

축제는 막을 내리고 객석은 썰렁합니다

갈채에 싸여 황홀했던 몸짓도

어지러이 널려있는 화려했던 의상들도

이젠 한 편의 남루한 전설로 남겠지요

맞습니다. 나무들의 목숨은 불꽃이었습니다

한 계절을 풍미하던 찬란했던 목숨들이

알몸뚱이 추스릴 겨를도 없이 또 다른

긴 여행을 준비합니다 그렇습니다 자꾸

떠나보내고 새로 맞으며 세월은 흘러갑니다

이제 몇 번이나 더 저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무대에 오를 수 있을런지요 곧 장례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하얀 소복을 입고 하얀

장의차에 내 젊음을 실어 화장터로

떠나보내야 합니다 내 목숨은 불꽃입니다

죽어야 비로소 살아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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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이 뒷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시월은 가을의 산파다.

저마다 열심히 산 사람들은 올해도 잘 마무리 하기위해 심호흡을 하는 시점이다.

가을 나무들이 말을 한다. 시인은 나무들의 말을 받아 적었다. 화려했던 옷 잠시 벗어두고 동면 여행을 준비한다는 가을 나무들. 

한 계절 잠시 죽어야 다시 살아나는 나무들은 사실 죽는 것이 아니다.  동면 휴식을 취할 뿐,

한 시절을 마감하는 나무들의 울긋불긋 불꽃빛 화려한 차림이야말로 가을의 詩다.

뜨거운 시들이 산야에 물드는 이 가을,

짧은 가을여행이라도 훌쩍 다녀와야겠다. 나의 시를 찾아서, 아니 우리들의 포근한 시를 찾아서...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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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희 시인 /

충남 연기 출생

시집  / 『맑게 씻은 별 하나』 『날마다 너를 보낸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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