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풀꽃 한 송이

정종배

 

 

풀꽃 한 송이 좋아하듯

사랑하라

 

풀꽃 한 송이 뿌리내리듯

사람을 사랑하라

 

풀꽃 꽃봉오리 터지듯

제일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

 

                                                 - 정종배 시집 『해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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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꽃은 키가 작다. 풀꽃은 화려하지 않다. 풀꽃은 연약하지만 그 뿌리는 질긴 힘이 있다.  

  한 송이는 연약하지만 어느 외진 산모퉁이나 거친 들판에 옹기종기 키 작은 어깨를 기대고 모여 사는 꽃들은 힘이 세다. 폭풍우에도 의연히 서로를 껴안고 계절을 넘고 넘는다. 풀꽃 한 송이 들여다보려면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고 보아야한다. 풀이 피우는 꽃이라고 하찮게 여기지 말라. 그들이 손잡고 무리지어 피어날 때 들판과 산야의 색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오늘 광장의 풀꽃들을 본다. 풀꽃 한 송이 한 송이를 하찮게 여기는 자들은 이 풀꽃들이 외치는 소리에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바로 내 발등 앞에 한들거리는 풀꽃 한 송이 사랑하듯 겸손히 사랑할 줄 몰랐음을 뼈저리게 뉘우치는 날이 기어이 오고야 말 것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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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배 시인 /

  전남 함평 출생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카돌릭문인회 회원

  사랑방 시낭송회 상임 시인

시집 : 『산에는 작은 꽃도』 『안개 속에 소리가 자란다』 『그림자 흔들기』 『숫눈길』 『봄동』 『해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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