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지 두 종류가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기관으로 유럽의 권위 있는 지류복원 전문기관인 도서병리학연구소(ICRCPAL/문화재 복원·보존 연구기관)가 수여하는 문화재 복원력 인증서를 획득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와 주이탈리아한국대사관(대사 이용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서병리학연구소(ICRCPAL/문화재 복원·보존 연구기관)에 한지 표본을 제공하고 문화재 복원력 인증 테스트를 요청한 바 있다.

이번에 인증받는 한지는 의령 신현세 장인의 전통한지 공방에서 제작한 ‘의령 신현세 전통한지 1’과 ‘의령 신현세 전통한지 2’ 두 종류다. 이번에 이탈리아 정부 기관이 문화재 복원 재료로서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증함에 따라 수년째 진행되어 온 한지 세계화 사업이 첫 결실을 보는 셈이다.

도서병리학연구소는 성분검사, 산성도검사 등을 포함하여 생물학적(biological), 물리화학적(physical-chemical), 기술적(technological) 검사를 하고 그 결과로 한지의 문화재 복원재료 적합성을 인증받았다.

도서병리학연구소는 한지의 인증과 더불어 자국의 중요 문화재 5점을 복원하는 데 이미 우리 한지(의령 신현세 한지 1과 2)를 사용한 바 있다. 특히 이탈리아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문화재 중 하나인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카르툴라, Chartula) 복원에 한지를 사용했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복원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한지의 우수성이 널리 홍보됐다.

카르툴라(Chartula)는 가톨릭 교회의 성인이자 이탈리아를 지키는 수호성인으로 받들어 지고 있는 성 프란체스코(1182~1226)가 1224년에 자필로 ‘하느님 찬미가’와 ‘레오 수사를 위한 축복기도문’을 기록한 10cm×13.5cm의 양피지로 이 카르툴라의 하단 훼손 부분을 보강하여 원형을 유지하는 데 우리 한지가 사용됐다.

이 밖에도 로사노 복음서(Codex Purpureus Rossanensis)와 사르데냐 섬 가문들의 문장 모음집 각 페이지와 책등을 연결하는 부분의 보강과 로마 카사나텐세(Casanatense) 도서관 소장 243 음악책(Volume musicale 243) 복원,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다 카르토나(Pietro da Cartona)의 작품에 생긴 기름 얼룩 제거 등에도 한지가 사용되었다.

한편,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도서병리학연구소에서 15일 현지 시각으로 11시 한지 인증서 전달식이 개최된다. 인증서 전달과 함께 우리 한지로 복원한 성 프란체스코의 카르툴라 원본도 전시된다.

이번 우리 한지의 인증 획득은 한지가 외국의 공인기관에서 문화재 복원 용도로 공식 인증을 받은 최초의 사례이며 그간 서양의 문화재 복원에 광범위하게 쓰여 온 일본의 화지와는 별도로 한지의 활용 가능성을 새롭게 부각하고 세계의 여타 종이에 대비하여 한지의 우수성을 확인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유럽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한지를 인증하고 중요 문화재 복원에 이미 사용하였을 뿐 아니라 이번 인증 사실을 이탈리아와 전 세계 관련 기관이 공유하여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복원 기관에서 한지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주이탈리아한국대사관은 이번 한지 인증 획득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탈리아와 유럽 내 문화재 복원력 관련 한지의 우수성을 꾸준히 홍보해나갈 예정이며 다양한 종류의 한지에 대하여 추가로 인증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이탈리아 내 최고 예술교육기관의 하나인 로마예술대학교의 종이연구소 교수진과 한지 장인들 간 교류, 같은 대학 내 한지 관련 정규 강의개설 추진 등을 통해 복원 분야 이외 미술 분야에서도 한지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한지 저변 확대를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