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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박병수  

 

체온을 무릎으로 부축하니 우울하다 찻잔을 드는 동안   

백 년 쯤 늙어 본 적이 있다  

짙은 구름층을 걸어가도 옷이 젖지 않는 달의 보법이 궁금하다   

저 먼  

불빛이 산처럼 솟아오른 까닭이 무엇인가 

짐수레를 끄는,  

낭비 없이 안팎을 움켜쥐는  

악력(握力)은 최초에 누구의 곡기였나 골똘히 생각하면 손잡이는   

손사래처럼 투명한 끈으로 만들어져 있었구나  

액자 속의 사진을 바라본다   

수십 번을 생각해도 바른손잡이인 아버지,   

누대의 그들을 반복해서 부른다면 벽면 가득 물방울이 건너간다   

물방울의 향방은 침낭 속에 숨길 것이나  

가방에서 옷가지며 습기 찬 행적을 꺼내 널지 않으면 이 세상의   

깊은 잠은 불안하다   

불편한 공기처럼, 먼지를 닦아내면 죽어버린 아버지    

 

무릎으로 부축하니 당신이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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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수장들은 고독하다. 그들의 어깨에는 늘 멍이 들어있지만 사명감과 인내와 랑으로 전진한다.

 

 무너지면 안되는 원초적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가장으로 산다는 것 은 무얼까?  

아이들이 얼른 잘 자라주길 바라며 정신없이 살아온 세월을 돌아본다.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나이에야 시린 무릎으로 전해오는 눈물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힘겨운 어느 날 액자 속 아버지를 들여다보는 화자, 그 아버지는 나보다 더 고달팠으려니 동병상련의 회한으로 가늠해 보았던 게다.

 

진정한 깨달음은 그리도 뒤늦게야 두고두고 찾아오는지...인생은 늘 성장통을 겪어가며 이루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시인은 아버지 사진 액자의 먼지를 닦으며 무릎을 꿇은 채 곧게만 사셨던 아버질 생각한다. 아마 화자도 아버지라는 길을 가면서 자신의 아버지보다 나은 새로운 처세 술로 그 길을 걸어가려 하지만 불편한 공기처럼 삶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릎으로 부축하듯 아버지께 바치는 사부곡을 읽어보았다. 

어릴 적 아버지의 축 처진 어깨를 보았던 어느 날이 떠오른다 

오랜 투병 끝에 소천한 내 아버지를 오늘은 나도 맘껏 그리워해야겠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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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 시인 / 

 

2005년 <시사사>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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