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겨울이 간다

     육근상

 

 

  小寒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어서 온종일 눈발 날린다

 

  길 메우고

  날아온 새들은 헤집어 보기도 하고

  소나무 가지가 한참 짊어지고 있다 툭툭 털어내기도 하는 것이어서

 

  한나절 꼼짝 않고 있다 그래도 누가 오시지 않을까 가시지는 않을까 방한모 쓰고, 목장갑 끼고, 대문 앞에서 저 아래 신작로까지 넉가래나 밀고 나가는 것이다

 

   겨울이 간다

 

   항상 발이 저리신 아버지 윗도리 지퍼 열 듯

   엄니 찬송가 몇 소절로 물길 가르듯

   저 눈발은 平和라 읊고 싶은 것이다

 

 

                                         - 시집『滿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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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나는 몇 번의 겨울을 보냈을까 생각해 본다. 해마다 겨울의 색깔은 늘 하얀 바탕위에 알록달록 그려졌다. 눈밭 위를 뒹굴던 동심과 가난하고 시린 기억들도 세월의 층이 쌓일수록 그리움이 되는 것, 하지만 올겨울은 겨울날들의 추억을 꺼내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어느 산골 마을 함박눈 내려 두툼해진 길을 넉가래로 죽죽 밀어내듯 시원하게 길을 내고픈 올겨울이다. 그 길을 따라 오실 어느 님을 그리며 큰 길이 나오는 지점까지 달리고 싶다.

목쉬도록 외쳤던 이 겨울도 가겠지.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하듯 이 겨울도 흘러간다. 이 분노의 한 해도 넘어간다.

화자가 표현한 '소나무 가지에 쌓인 눈을 툭툭 털어내듯 ...'

단지 국가적으로 무거운 이 겨울이 견디기에는 너무 아프다는 것이다. 먼 후일에 역사의 한 장으로 남을 이 한파도 밀려오는 봄바람 앞에서 녹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이 오늘을 또 살게 했다. 아니 나라는 슬퍼도 가족의 힘으로 우리라는 국민의 힘으로 살아내고 있다.

2016년의 꼭대기에서 읽어본 한 장의 그림 같은 시, 따스하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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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상 시인 /

1960년 대전 출생

1991년 <삶의 문학>에 「천개동」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 / 『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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