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스컴은 가히 정치일색이다. 보도기능의 대종이 신문에서 TV로 옮겨간 지 이미 오래지만 지상파는 물론 종편을 비롯한 모든 채널이 앞 다퉈 정치뉴스를 전하기에 바쁘다. 리모컨을 조작하는 순간 박근혜탄핵에 최순실게이트 뿐이다.

 

촛불집회는 이제 큰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모인 사람들만의 잔치가 되었고 국회청문회, 헌법재판, 특별검사가 그나마 관심을 끈다. 탄핵정국에서 최대의 관심은 소추안을 헌재에서 받아드릴 것이냐, 아니면 기각할 것이냐 하는데 쏠려있다.

 

10차가 넘는 촛불집회를 통하여 민심의 대강은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태극기집회도 만만찮게 기세를 올린다. 어느 곳 어느 때라도 찬성과 반대가 있어야 문제점은 더욱 부각되고 토론은 격렬해진다.

 

탄핵이 옳은지 아니면 억울한 것인지 최종결정하는 곳이 헌재인데 국민은 특검에서 발표하는 세세한 수사현황이 더 궁금하다. 게다가 탄핵인용을 기정사실화한 대선전망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헌재에서 탄핵기각 판결이라도 나면 문재인의 말마따나 혁명으로 치달을 것인지 못내 불안한 일이지만 아무튼 탄핵기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각 정당과 정파에서는 대통령후보에 이름을 올리고자하는 정치인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탄핵찬성 정당에서 대선출마를 하겠다고 나서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탄핵을 절대 반대한다는 새누리당에서 이인제가 출마선언을 한 것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들 역시 탄핵반대는 말 뿐이고 콩밭에만 마음이 쏠린 비둘기들이나 진배없다. 이들에 대해서는 우선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나 여론조사를 한다.

 

아마 미국이 원조일 텐데 지난번 힐러리와 트럼프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선거 막바지 날까지 80%이상이 힐러리 당선을 예측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다. NYT, CNN등 유수한 언론기관들이 줄줄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처럼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금이 갔지만 돌아서면 다시 여론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국민들은 덩달아 춤을 춘다. 한국의 여론조사도 신뢰를 잃기는 마찬가지다. 역대 각종 선거 때마다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다. 강력한 비판을 받고 사과했으면서도 선거만 돌아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네 활개를 치며 가장 신뢰도가 좋은 여론조사인양 너스레를 떤다.

 

지금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사람 중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인사는 문재인이다. 지난번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아슬아슬한 표차로 패배한 후 정치생명이 끝나는가 싶더니 촛불에 힘입어 다시 치고 올라섰다. 민주당 조직이 노무현지지 세력으로 꽉 차있기 때문에 차기를 바라보는 집중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2위는 반기문이다.

 

유엔사무총장을 중임한 그는 정통외교관 출신으로 충청도 음성이 고향이다. JP이후 핫바지로 비하하던 지역민심이 호남과 TK의 공백을 틈타 ‘반데렐라’로 등장했다. 그에 대해서는 바른정당, 새누리당등의 치열한 영입경쟁이 예상되지만 손학규 김종인 등이 손짓하는 제3지대 빅 텐트에서 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후보들의 자유로운 경선이 이뤄진다면 큰 기대를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3위는 성남시장 이재명이다. 형수에 대한 욕설파문을 딛고 박원순 안철수등을 제치고 당당히 두 자릿수를 차지한 것은 정치판의 용틀임이 고정되거나 정체되어 있지 않고 지구 지진판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음을 증명한다. 따라서 현재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손학규 안희정 김부겸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천정배 등 잠룡들도 어떤 계기만 있으면 1위로 치솟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현재의 판도로는 문재인과 반기문의 각축전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새로 등장한 반기문에 대해서는 앞으로 철저한 검증이 예상되지만 벌써부터 노골적인 견제구가 날아든다. 반기문이 귀국일성으로 “현재의 시국은 정권교체로는 부족하며 정치교체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자 문재인이 나서서 “정치교체는 정권교체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여기서 우리는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정치교체’라는 말에 대해서 음미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정권교체는 사람과 정파가 바뀜을 의미한다. 대통령이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더라도 같은 정당에서 집권하면 정권교체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른 정당에서 정권을 잡아야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가 된다. 그런데 반기문이 주장하는 정치교체는 무슨 뜻일까. 매우 심오한 뜻이 있어 보인다.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전반에 걸친 강력한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말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고질적이었던 정치관행을 없애고,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논쟁을 화해와 대안제시로 아우르며, 지역과 패거리에 의존하는 정치조직을 혁파하는 것이 정치교체 아니겠는가.

 

이러한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로 권력만을 거머쥐려는 이제까지의 수많은 인물과 정파를 뛰어넘는 신선한 발상이며 창조적인 화해의 리더십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 지금 모든 국민들은 자영업자들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을 충실하게 지킨다.

 

10년 후에는 부패상황이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다. 정치판 역시 박근혜식 수첩인사와 지역편중, 김영삼의 ‘우리가 남이가’식 패거리, 김대중의 공천헌금과 부패, 노무현의 코드정치와 같은 부패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정치로 물줄기를 바로잡는 정치교체가 가장 절실함을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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