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대표적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대거 이동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서식하던 가창오리 35만 마리가 금강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겨울철 한반도로 상륙하는 가창오리는 동림저수지에서 일정 기간 지내다가 인근의 금강, 삽교 순으로 북상하는 것이 특징이다.또 오리의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배설물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대량 배출하는 등 'AI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변 농가에서의 AI 재확산 우려도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가창오리 이동 시기를 맞아 청호 저수지, 금강호, 영암 등 이 지역의 철새도래지 주변 농가 소독을 강화할 방침이다.또 고양이와 조류, 쥐 등이 가금농장에 들어올 경우 가금류 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농장 주변에 생석회를 도포하는 한편 축사 및 사료 보관 시설에 그물망 등 차단 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다만 현재까지 AI가 많이 발생한 전국 11개 시·군·구와 7개 특별시·광역시에서 채취한 고양이 241마리 시료에 대한 검사를 실시 중인 가운데 163마리가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당국은 밝혔다.AI 발생농장 및 인근 농장의 개, 고양이, 돼지 등 2천500여마리 중에서도 AI 항원이 검출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빅데이터 분석 결과 재확산 위험이 큰 충남 홍성(육계), 경기 연천·포천(토종닭) 등 3개 시·군에 대해서는 소독 점검 등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AI가 발생하지 않은 시·군에 대해서는 방역 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AI 재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규정 위반시 처벌도 강화된다.이미 당국은 GPS를 장착하지 않은 채 농가를 출입한 축산 관련 차량 등 30건을 고발 조치했으며, AI 양성농가 중 신고 지연 등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11곳에 대해서는 보상금 추가 감액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한파에 대비해 거점 소독 시설이 얼지 않도록 천막, 열풍기, 열선 등 보온설비를 구비하도록 하고,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대책도 강화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소규모 농가에 대한 선제적인 방역 차원에서 가금류의 조기 도축을 유도하거나 지자체가 직접 가금류를 사들여 냉동 비축하는 수매 조치는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14~15일 주말 이틀간 전국에서 들어온 신규 의심 신고는 1건에 그쳤다.야생조류 확진 건수는 42건(H5N6형 40건, H5N8형 2건)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16일 농가에서 최초 의심 신고가 들어온 이후 두 달간 살처분된 가금류는 총 3천202만 마리로, 살처분 보상금은 2천562억원(국비 2천50억, 지방비 512억)으로 추정된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AI 잠복기를 최대 20일 정도라고 가정할 때 확실한 진정 국면이라고 판단하려면 최소 20일 이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과거의 사례를 보면 신고는 안 나오지만 취약 농가에서 바이러스가 도는 경우도 있어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