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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견도(母犬圖)

김 문

 

 

채색은 낯선 골목

쓰레기더미를 거쳐 온 질척거리는 색깔

걸음마다 배회의 덧칠이 입혀지고

명암이 겹치는 곳에 얼룩이 배어있다

한 사내에게 끌려가는 누렁이의 걸음이

천근의 무게로 획을 긋는다

 

배경으로 들여놓은 영양탕집 낯익은 구도

눈도 안 뜬 다섯 마리 새끼를 품고 있는 누렁이

발광의 촉이 촘촘히 박힌 두 개의 과녁

어미는 젖을 빨다가 잠이 든 새끼들을 핥고 있다

불안과 평온이 교차하는 눈빛

몇 움큼의 마른 들녘이 유리창 밖을 서성이다 간다

 

채색을 위해 물감을 섞은 적 있다

방황과 허기와 불안의 색채들이 곳곳에

붓의 궤적을 남기곤 했다

죽음이 얼마간의 유예기간 놓고 저만치 물러서 있는 시간

생의 가장 따뜻한 한때가 지나간다

 

그림엔 화제(畵題)가 따로 없다

오가는 사람들 아픈 곡조의 말들

사는 동안 늘 과녁이었던 몸

찌르르 도는 젖이 마르지 않는 한

어미는 그림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꼬리에 묻어있는 노을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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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인생이 같은 점 중의 하나는 한 장의 그림이 아닐까 싶다. 잘 그려진 그림 한 장 같은 시, 때론 예리하게 가슴을 후벼파기도 하는 시, 자신의 경험과 정서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겹쳐질 때 더욱 그러하다.

  위 시는 한 번만 음미해 봐도 어느 날 갑자기 생사의 기로에 서봤던 어미들의 가슴엔 매우 아프게 공감하는 부분이 크다. 콕콕 바늘에 찔리듯 아파서 다시 읽기가 두려워질 정도다.

내게도 화자처럼 내 의도와 정반대의 냉혹한 운명에 무릎 꿇린 날이 있었다. 처절한 피눈물의 기도와 함께 몸부림 쳤던 기억이 있다. 젖먹이 새끼들을 두고 마치 영양탕 집으로 끌려가는 어미개처럼 말이다. 어쩌면 화자도 어머니로서 인생의 극한 고통의 시기가 있었던 듯하다. 젖먹이 새끼들을 핥아주는 어미개의 모습에 이입된 아픈 모성이 못내 아리고 짠하다. 여자에게 자식이란 그런 것이다.

   조용히 내 안의 모성과 내 어머니의 모성을 헤아려 본다. 내리사랑일 수밖에 없으니 나의 모성은 늘 어머니께 미안하다. 한 장의 모견도를 감상하며 어머니, 엄마를 불러본다. 해마다 설명절을 앞둔 요맘 때면 육남매 설빔 준비에 엄니는 한숨이 늘고 우린 손꼽으며 마냥 신났었는데...

아 , 어머니!

아직 내가 가야할 어미의 길이 멀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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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문 시인 /

2016년 월간 <시와표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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