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강가 카페 테라스

송 연 숙

 

미루나무 돛을 단 작은 섬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강 건너 마을 끝에서부터

하나씩 풍경을 지우며 저녁은 건너온다

국화꽃 울타리 사이로

붉은 볏을 쑥 내민 맨드라미 한 마리

잠을 청할 홰를 찾는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다.

 

소매 끝에 달라붙은 지친 얼룩을 데리고 와

느긋하게 앉아 있는 쉼표들

주름진 시간의 스카프를 풀어 놓은 채

하염없이 강과 마주 앉아 있다

때 절은 기억 속에서 잔 물결치는 사람

미루나무 돛단배를 제 몸 안에 가두고

흘러간 강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둠의 틈을 메우는 음악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것들을 불러내는 빗소리

국화 향기 속으로 조용하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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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란 유한하지만 끝없이 흐르는 강물이기도 하다.

그 일회성의 강물은 무한하게 이어진다. 마치 인류의 역사가 이어져 온 것처럼...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며 사색의 동물이라고 일컫지만 실상은 위로와 사랑 없인 살 수없는 나약한 동물이기도 하다.

내 삶의 강가에 앉아 달려온 길을 돌아본다.

굴곡 진 기억들, 스쳐간 풍경들, 더구나 오늘은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그윽히 바라볼 수 있는 카페 태라스에서라면 더욱 좋으리. 오늘날 도시인들은 숨막히는 스트레스와  고립감을 해소하기위해 스포츠나 음악, 음식 등에 심취하기도 하고 음주 가무 도박 등 향락을 즐기기도 한다. 취할수록 갈증만 더해가는 그것들...

우린 지난해부터 숨 막히는 국민적 분노에 지쳐가는 중이다.

하나씩 목쉰 풍경을 지우는 저녁,

아, 오늘 몰아친 이 한파는 비단 수은주의 기록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쉼표를 달라!’

오늘도 펄럭이는 광장의 깃발들이 설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잠시나마 휴식같은 시 한 수에 분주했던 머리 속을 정리해 본다.

우리가 달려가 온전히 쉴 수 있는 카페 테라스,

진정 그곳,  당신과 나의 그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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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숙 시인 /

2016년 월간 <시와표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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