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7위·스위스)가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18회로 늘렸다. 무릎부상을 털고 코트에 복귀한 페더러는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만 호주달러·약 440억원) 마지막 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라파나달(9위·스페인)을 3-2(6-4 3-6 6-1 3-6 6-3)로 제압했다.

 

이로써 페더러는 2012년 윔블던 이후 4년 6개월 만에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복귀했다. 우승 상금은 370만 호주달러(약 32억5천만원)다. 호주오픈 우승은 2004년, 2006년, 2007년,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은 페더러의 18회다. 페더러는 이날 우승을 포함해 호주오픈 5회, 프랑스오픈 1회, 윔블던 7회, US오픈 5회씩 우승을 차지했다.

 

4대 메이저 가운데 3개 대회에서 모두 5회 이상 우승한 것은 페더러가 처음이다. 페더러에 이어서는 나달과 피트 샘프러스(미국·은퇴)가 나란히 14번씩 우승했다. 3시간 37분이 걸린 대접전이었다.

 

페더러는 1세트를 6-4로 따내며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2세트부터 포핸드 샷이 번번이 라인 밖으로 향하면서 고비마다 나달에게 점수를 허용했다. 이날 페더러의 범실은 57개로 28개의 나달보다 훨씬 많았다.

 

또 범실 57개 가운데 포핸드 에러가 29개나 됐을 정도로 이날 페더러의 발목을 잡을 뻔했다.

결국 4세트까지 2-2로 맞선 페더러와 나달의 결승전은 5세트에서 승부가 갈렸다.

 

페더러는 4세트가 끝난 뒤 오른쪽 허벅지 근육 통증 때문에 메디컬 타임아웃을 써야 했다.
 

코트로 돌아온 페더러는 5세트 초반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주면서 게임스코어 1-3까지 끌려갔다. 나이가 5살이나 어린 나달이 체력적으로도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페더러의 놀라운 반격이 시작됐다. 페더러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이어진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게임스코어 3-3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페더러는 이어진 세 게임마저 연달아 따내며 '황제의 부활'을 선언했다. 마지막 페더러의 포핸드 샷이 또 라인 밖으로 나간 듯했지만 나달의 챌린지 결과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것으로 판정되면서 페더러의 승리가 확정됐다.

 

페더러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코트 위에서 마음껏 포효했다. 페더러는 나달과 상대 전적을 12승 23패로 만회했고, 나달과 메이저 대회 결승 맞대결 전적도 3승 6패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2009년 이 대회 결승에서 나달에게 당한 2-3 패배를 8년 만에 되갚았다. 페더러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나달을 꺾은 것은 2007년 윔블던 이후 올해가 10년 만이다.

 

이후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나달을 5번 만나 연달아 패하다가 이번에 모처럼 설욕했다.

지난해 윔블던 이후 무릎부상 때문에 코트를 잠시 떠났던 페더러는 이달 초 비공식 대회인 호프먼컵을 통해 몸을 풀었다.

 

공식 대회로는 지난해 윔블던 이후 6개월 만에 이번 호주오픈을 통해 복귀전을 치른 페더러는 "사실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며 기뻐했다.

 

그는 팬들을 향해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올해 우승은 매우 행복한 일이 됐다"고 인사했다.

 

특히 1981년생으로 올해 만 35세인 페더러는 1972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켄 로즈웰(호주)의 37세 이후 최고령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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