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청 공보관실 홍보팀 백삼철

▲ 진주시청 공보관실 홍보팀 백삼철     © 박미화 기자


[중앙뉴스=박미화기자] 공직생활 25년. 집안형편이 여의치 못해 공직에서 사회생활 첫발을 내 디뎠다. 힘들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남부끄럽지 않게 공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봉이지만 집사람이 아껴 쓴 덕분에 이제 등짝 붙일 내 집도 한 칸 마련하고 큰 애도 올해 대학에 보낸다. 직장에서도 선·후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가르쳐 주면서 일 못한다는 소릴 듣지 않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최근 공직생활 20여년 만에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생겼다. 5년째 내가 담당하는 소관 업무 예산이 일순간에 송두리째 날아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글 쓰는 소질은 그다지 없지만 그래도 시민들에게 다양한 시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시정소식지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어 왔다.

 

잘한다는 칭찬만큼 질타도 받고, 이런 건 요렇게 고쳐 보완하면 더 좋겠다는 소리도 들어가면서 진주시를 대변 할 시정소식지 발간에 앞장 서 왔다.

 

시의 주요 사업에서부터 시민들이 지키고 알아야 할 건강수칙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고 시정 알리미 역할에 충실해 왔다고 긍지와 자부심도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쓴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런 시정소식지 발행 예산이 전액 없어졌기 때문이다. 꼭 정성들여 곱게 키운 다섯 살배기 딸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이다. 얼마 전에는 한 장애인 어르신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몸이 불편해 우편으로 오는 진주소식을 잘 보고 있다. 한 부로는 부족해서 면사무소에서 한 부 더 가지고 와서 진주시정소식을 잘 보고 있는데 왜 진주소식을 더 발행하지 않느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가끔 이런 민원전화가 오면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다음호 시정소식지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단지 죄송 할 따름이다.

 

자의든 타의든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상황까지 벌어졌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세금으로 봉급을 받아 가는 입장에서 일 없이 녹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죄송할 따름이다.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공직생활에 한 점 부끄럼 없다고 자신하지만 그래도 과연 내가 잘 해나가고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봤다. 그래도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내가 한 것은 정해진 절차대로 업무를 진행했을 따름이다. 시정소식지 편집위원을 위촉하기 위해 진주시의회에 추천 요구를 하였고, 시의회는 모 시의원을 추천하였으나 편집위원회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재추천 요구를 해 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시의회는 편집위원을 재 추천하지도 않고 있다. 그래서 새로이 시의원이 위촉 될 때까지는 현 위촉 시의원이 편집위원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모 시의원은 편집위원으로 시의원을 위촉하지도 않고 시정소식지를 발행하였으니 명백히 관련 조례를 위반하였다고 한다.그 사유로 시정소식지 발간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정작 진주시정이 불통이라고 외치면서 시민의 알 권리마저 막아버린 것이다. 그것도 2011년부터 잘 발행되고 있는 시정소식지 예산을 감정적으로 삭감해 놓고서 말이다.

 

조금이라도 행정을 아는 분이면 이런 소리는 하지 않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진주시나 시민의 입장에서도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시정소식지를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공직자는 이익집단이 아니다. 오직 법테두리 안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의회가 심사해 놓은 올해 예산대로 공직자는 아무 소리 못하고 수용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힘없는 공직자지만 신중하지 못한 이번 예산 삭감에는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나아가서는 공직생활에 대한 허탈감마저 들기도 한다.

 

시의원은 시민이 준 고유권한으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한다. 그 만큼의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항상 신중해야 한다. 예산 심사도 심도 있게 하여야만 한다. 혹 이번 예산안 심사에 사적인 감정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는지? 진정 시민의 복리증진과 시의 발전만을 위해 예산안을 심사했는지? 시의원 그들의 양심에 묻고 싶다.


이제 옆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장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남는 시간 지난 공직생활을 되돌아 볼 겸 배낭여행이나 다녀올까 한다. 언젠가는 무엇이 옮고 그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세월이 약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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