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추진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월세 상한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적 계약에 지나친 개입으로 인해 임대시장 불안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시장의 현실을 볼 땐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4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는 오는 20일 국회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월세 상한제 등은 지난 19대 국회의 서민주거특별위원회에서도 도입 여부가 논의됐으나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우려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전월세 전환율을 높이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마련하는 '절충안'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지난해 새로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공식화했고, 곧바로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입법 발의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박영선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현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이 재계약시 전세금을 5%를 초과해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들이고 싶어도 임차인이 재계약을 요구할 경우 2년은 더 살도록 보장해주고 전세금 인상도 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윤영일 의원의 발의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권한을 2회 허용해 최장 6년간 거주가 보장되도록 하고 역시 재계약시 전세금은 5% 초과해서 인상할 수 없도록 했다.

 

김상희 의원은 현행 2년 단위의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을 아예 3년으로 연장하고, 1회의 계약갱신권한을 부여해 총 6년간 거주하도록 하는 안을 발의했다.

 

야당은 이달 국회 논의를 시작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월에 처리할 '생활비 절감 3법'의 하나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영일 의원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고 있지만 주택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주택 세입자의 주거불안과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를 위해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고 계약기간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적 계약인 주택임대차 계약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주택 시장이 왜곡되고 집주인들의 임대사업 의지를 꺾어 임대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전셋값 급등, 장기적으로는 전세 등 임대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임대기간이 연장되고 전월세 상한제로 인상률이 제한되면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 전에 너도나도 전셋값을 올리려 할 것이고 단기적으로 임대료가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월세 상한제로 인해 5%로 인상률이 제한되면 집주인들의 수익이 떨어져 인상률 제한이 덜할 것으로 보이는 월세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처럼 전세가 소멸돼가는 과도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월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목돈이 적은 신혼부부 등은 전세를 깔고 월급을 모아 내집마련을 해야 하는데 월세 비용 지출이 커지면 내집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전월세 상한제 등 도입에 부정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전월세상한제는 (지금처럼)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도입했을 때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런 것이 과연 중산층과 서민 계층을 도와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20일 열리는 소위에서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전세시장이 안정돼 있고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5% 인상률'이 오히려 전셋값을 올리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며 "전월세 상한제보다는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활성화하는 등 임대차 시장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