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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들
박설희
공중부양의 경지에 이른 먼지들
이랑처럼 물결처럼
부스러지다가 바람에 불려가다가
나는 좌석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문상 가는 길,
누군가에 들러붙어 어디든 살짝 묻어가려는 것
차창에 머리카락 한 올이 끼어있다
파르르 떨다가 끄덕끄덕
그림자까지 거느리고
차의 일부분이 된 양
천연덕스럽다
저 머리카락처럼
이 생에 나,
시치미 떼고
아무데나 흘러들어 가
가벼운 척
아무것도 아닌 척
재채기로 풀풀 날리거나
피부에 오돌토돌 반점으로 돋아나
알레르기라고,
과민반응 보이지 말라고……
장례식장 한 켠
무게 없이 앉아 있다가
눈에 띄지 않게 다시 묻어가려는데
툭툭 나를 떨어버리는 손길
공중에 떠버린 발걸음
휘청,
- 박설희 시집 『꽃은 바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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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들을 영영 다시 못 보게 된다는 일, 이보다 더 슬프고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어제는 뉴스마다 배우 김영애 씨의 별세를 애도하는 소식이다. 짠하고 아프다.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호걸도 역사엔 이름이 남을지 모르지만 모든 인간들은 동일한 우주의 먼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 먼지들이 뭉치면 어떤 힘을 내는지를 보여준 광장의 촛불들도 보았으며 권세를 다 가진 듯 거만하게 휘두르던 자들의 몰락 또한 수없이 보아왔다.
어느 날 문상을 다녀오면서 겪은 화자의 심상이 시로 나타났다. 잘못 디디면 휘청 넘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라며 시인은 담담하게 삶의 자세를 묻는다. 창틀에 낀 머리카락 한 올 같은 일회성 인생, 오늘도 우리는 어떻게 흔들리고 휩쓸리며 하루를 건너가는 것일까? 먼지가 먼지를 툭툭 떨어주며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야하는 세상이 더욱 눈부시게 보이는 시간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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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희 시인 /
2003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