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먼지들

박설희

 

 

공중부양의 경지에 이른 먼지들

이랑처럼 물결처럼

 

부스러지다가 바람에 불려가다가

나는 좌석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문상 가는 길,

누군가에 들러붙어 어디든 살짝 묻어가려는 것

 

차창에 머리카락 한 올이 끼어있다

파르르 떨다가 끄덕끄덕

그림자까지 거느리고

차의 일부분이 된 양

천연덕스럽다

 

저 머리카락처럼

이 생에 나,

시치미 떼고

아무데나 흘러들어 가

가벼운 척

아무것도 아닌 척

재채기로 풀풀 날리거나

피부에 오돌토돌 반점으로 돋아나

알레르기라고,

과민반응 보이지 말라고……

 

장례식장 한 켠

무게 없이 앉아 있다가

눈에 띄지 않게 다시 묻어가려는데

툭툭 나를 떨어버리는 손길

공중에 떠버린 발걸음

휘청,

 

 

                     - 박설희 시집 『꽃은 바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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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사람들을 영영 다시 못 보게 된다는 일, 이보다 더 슬프고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어제는 뉴스마다 배우 김영애 씨의 별세를 애도하는 소식이다. 짠하고 아프다.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호걸도 역사엔 이름이 남을지 모르지만 모든 인간들은 동일한 우주의 먼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 먼지들이  뭉치면 어떤 힘을 내는지를 보여준 광장의 촛불들도 보았으며 권세를 다 가진 듯 거만하게 휘두르던 자들의 몰락 또한 수없이 보아왔다.

  어느 날 문상을 다녀오면서 겪은 화자의 심상이 시로 나타났다. 잘못 디디면 휘청 넘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라며 시인은 담담하게 삶의 자세를 묻는다.  창틀에 낀 머리카락 한 올 같은 일회성 인생, 오늘도 우리는 어떻게 흔들리고 휩쓸리며 하루를 건너가는 것일까? 먼지가 먼지를 툭툭 떨어주며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야하는 세상이 더욱 눈부시게 보이는 시간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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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희 시인 /

2003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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