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웹툰작가 레바, 본인 경험 농협은행 작태 웹툰으로 그려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NH농협은행이 고객 정보를 잘못 입력해 엉뚱한 고객에게 계정 압류 통보를 보내놓고, 고객이 신속하게 대응하자 이를 질타하는 듯 한 상식 밖의 발언으로 대응을 했다는 것이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런 농협은행의 안일한 대응이 적나라하게 알려지면서 ‘농협은행이 실적과 이익에만 치중하고 자신의 실수로 인해 피해를 받은 고객의 권리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 레진코믹스 캡쳐  


최근 유명 웹툰작가인 레바(이승권)는 자신이 경험한 농협은행의 어이없는 실수와 대응을 웹툰으로 그려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웹툰의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정리해보면, 일의 발단은 레바가 농협은행으로부터 ‘고객님 계좌가 법원에 압류됐다’는 통보를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레바는 문자를 받은 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농협은행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했고, ‘실제 계좌압류 상태가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동안 다양한 고소 사건에 휘말려 왔던 레바는 바로 상담 가능한 변호사에게 해당 사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주변을 조사해 봐도 문제가 없자, 레바는 결국 변호사를 정식으로 선임해 사건 전말을 파악하게 된다.

 

변호사를 통해 알아본 바, 계좌를 압류당한 건 92년생 레바가 아니라 77년생 동명이인(이승권)의 계좌가 압류됐던 것으로 밝혀졌고, 레바의 계좌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문자가 잘못 통보된 이유는 농협은행 직원의 사소한 실수 하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8월 은행에서 주소지 정보를 바꿀 때, 직원이 77년생 이승권씨 정보란에 레바의 전화번호를 적어놨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레바는 농협은행에 정신적·물리적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농협은행은 이런 점을 인정해 레바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레바의 웹툰 내용에 따르면 이후 농협은행은 “일반적인 사람이 압류소식을 받고 이렇게 빨리 변호사를 선임해 항소를 할 수 있나요?”라며 “사실 저희로선 고객님이 너무 성급히 대처하시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즉, 정신적·물리적 피해는 레바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레바 입장에서는 마감에 쫓기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직업을 가진 웹툰 작가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고객이 변호사를 선임해 진상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고, 아울러 불안감으로 며칠을 보낸 고객에게 농협은행 측은 상식 밖의 대응을 한 것이다.

 

웹툰의 내용을 보면 이 때 레바는 녹음기를 꺼내면서 “당신들은 지금 여기서 나한테 사과만 했어야 했어”라고 말한다.

 

이어 “보상 곱게 못 받을 건 헬반도 몇 년 살면 예측가능 한 사실인데, 내가 그냥 왔을 리가 없지”라고 말하며 신문사에 녹취 기록을 보내는 장면이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 레진코믹스 캡쳐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한 누리꾼은 “일반인이었으면 아마 농협은행의 안하무인(眼下無人)격인 대처에 억울하게 당했을 것”이라며 “고객의 권리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확인은 은행이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에 기가 막힌다”며 “농협은행이 자본의 우위를 앞세워 고객에게 ‘갑’질하려다 역으로 크게 당한 것”이라고 조롱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농협은행 측은 여전히 안일하게 이번 일을 덮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되도록 여전히 내부적 정확한 사안을 파악하지 못한 듯한 답변이 이뤄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문자발송이 잘못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해당 지점이 고객에게 그런 식의 대응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결과를 듣기에는 이후 고객을 찾아가서 원만한 해결을 이뤘던 것으로 안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해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인한 변호사 선임료 등의 배상 책임은 지점 직원들이 공동으로 지게 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실수한 직원을 비롯해 해당 지점장과 직원들이 함께 책임을 지고 배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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