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스크린도어

최세라

 

 

먼 곳으로부터 진입하는 열차는

스크린도어 위에 상영되는 한 롤의 필름이다

 

우에서 좌로 펼쳐지는 기적 소리가

좌에서 우로 펼쳐지는 기적 소리와 만나

결말이 다른 두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게 벽인 문과

모든 게 문인 벽

 

나는 내 곁에 나란히 서지 못해 당신의 손을 잡고

 

벽을 문처럼 열고 싶어라

이제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영상이고 싶다

 

 

                                                            - 최세라 시집-《복화술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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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라는 것은 가만히 있으면 그저 벽일 뿐이다. 누군가가 열고 드나들 때만 문이다.

스크린도어, 두 개의 문이지만 서로 하나가 되어 제 역할을 다 하는 문, 그 앞에서 모습을 비춰보기도 하노라면 저렇게 다정하고 믿음직한 문이 또 있을까 싶다. 화자는 아마도 스크린도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한 때 지나간 사랑 혹은 우정 같은 인연을 떠올렸을까? 가슴속에 벽 하나를 갖고 산다는 것은 언젠가는 그것이 내일을 여는 문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사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저만치서 딸랑딸랑 열차가 들어온다. 내가, 혹은 당신이 타고 가야할 삶이라는 열차! 우리는 모두 차가운 벽이 아닌 따스한 문이 되고픈 것이다. 내 여윈 손을 잡아줄 문 하나 만나서 함께 삶을 여닫으며 살고픈 것이다.

통증의 울림이 깊어 가슴 찌르는 시 한 수가 힐링이 되기도 한다. 벽을 문처럼 활짝 열 그날이 오리라고 미소 지어본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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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라 시인 /

서울 출생.

2011년 『시와반시』신인상에 「얼룩말 보도」 외 4편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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