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시대적 흐름상 필수적인 요소

▲ 홍성완 기자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박 전 대통령 몰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나 그것은 바로 ‘불통’이다.

 

지도자가 주변인의 이야기들을 반드시 모두 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에 나타난 사실들을 정리해 보면 일부 지도자들 중 몰락의 길을 걸었던 지도자들은 그 이유가 분명하게 존재했다. 

 

몰락을 자초한 지도자들의 유형은 대부분 비슷 비슷 하다.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몇몇 간신의 간언과 전문성이 없는 인물들을 자신의 곁에 오랫동안 두었다는 것이다.

 

▲ 역사의 반복, 간신 ‘최순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은 바로 그런 인물이다.

 

흔히 말하는 ‘비선 실세’였던 그는 학문적 전문성도 없이 박 전 대통령의 귀를 닫게 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런 그를 온전히 의지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정부 수장들은 그런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알면서도 적당히 이용해 자신들의 자리만 보전하려고 했다.

 

부패한 국가의 권력자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국가의 기틀이 다져지는 초기에는 권위주의적이고 제왕적인 대통령이 필요할지 모르나. 안정을 추구해 가면서 제왕적인 대통령은 대중에게 거부감을 주기 마련이다.

 

특히, 점점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런 권위주의적인 이미지는 순식간에 대중들에게 퍼져나가며 대중들의 반감을 증폭시킨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구시대적인 생각에 갇혀 결국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썼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소속 일부 변호사가 일괄 사임하면서 박 전 대통령 측에 남은 변호사는 유영하 변호사와 채명성 변호사 단 두 명 뿐이다.

 

변호인단의 일괄 사임은 처음부터 박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킨 유영하 변호사의 정보 독점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불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탄핵 이후 유 변호사의 정보 독점이 계속되면서 결국 구속 뒤 불화가 곪아 터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은 임기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물들 외에는 소통하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으로 몰아세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은 주변과 소통하지 않고 자신의 사람들 하고만 소통하려는 박 전 대통령의 폐쇄적인 성격이 그 원인이다.

 

그의 이러한 ‘불통’의 모습은 재임기간 동안 끊임없이 지적돼 온 사안이다.

 

2015년 1월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지적에 대해 “대면 보고를 좀 더 늘러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하면서 참모진들과의 소통 창구를 향후에도 열어둘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한 답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비선실세 의혹이 제기되는 동안에도 직언을 하는 참모를 멀리하면서 참모들과의 소통 대신 ‘비선’을 택했고, 그의 주변에는 입을 다물거나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참모들만 남게 됐다.

 

▲ 전형적인 ‘불통’ 이미지의 참모, 소통 단절의 종지부

 

여기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청와대의 ‘불통’ 행보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2012년 ‘불통’의 이미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를 불통이라고 자꾸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자신에 대한 지적에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의 공통점은 제왕적인 권위주의적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일화로는 김용환 전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최태민의 그림자를 지우고, 정윤회를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하자, “이런 말 하려고 나를 지지했냐”며 이후 연락을 끊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런 박 전 대통령의 ‘불통’ 행보는 이 외에도 너무나 많아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박 전 대통령의 몰락은 권위주의의 몰락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 야구계 ‘야신’에서 ‘불통’의 옹고집으로 전락한 김성근 감독

 

야구계에서도 ‘불통’의 이미지로 몰락해 가는 인물이 있다. ‘야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이 바로 그렇다.

 

SK 왕조를 이끌고, 야구계의 3대 원로이자 명장으로 칭송받던 그는 한화이글스 감독 재임 2년차인 지난해 독선적인 감독 운영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올해에도 박종훈 단장과 2군 육성군과 1군 운영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나와 여전히 ‘불통’의 권위적인 운영으로 비난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올해 출발이 나쁘지 않았으나, 올해 조금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가 싶더니, 결국은 또 다시 2015년과 2016년의 모습들을 재연하면서 4연패에 빠졌다.

 

올해 프로야구가 144 경기 중 14경기를 치룬 것에 불과하지만, 벌써부터 2015년과 2016년의 모습을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 감독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올해에도 한화는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하위권에 머무는 게 아니라, 미래조차 없다는 것이다. 박종훈 단장은 지난 2년 동안 초토화된 2군 팜을 재건하기 위해 부임했다. 그런 박 단장과 2군 운영 문제를 가지고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불만을 표시하는 등 일방적인 ‘불통’의 모습은 구시대적인 유물에 갇힌 늙은 명장의 아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통’은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생각이 어떤지,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을 통해 객관적인 지표와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꼭 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조선시대에도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까지는 제왕적인 군주였으나, 시대가 지나 안정을 찾아가는 기간 동안 세종은 백성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다. 이런 모습으로 인해 조선은 이른 시일에 안정을 되찾았고, 당시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빠른 문명의 발전을 이루면서 전 세계에서 당시 가장 안정된 국가를 이뤘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대와 국가적인 흐름을 봤을 때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은 더 이상 통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 시대를 거스른 구시대적 ‘권위주의’의 결과

 

우리에게 1970년 대 박정희 대통령 같은 강한 추진력을 가진 리더가 필요했을지 모르나 지금 시대에는 이상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모습만을 떠올리며 ‘불통’의 리더십을 고집했다. 결국 그의 몰락은 어쩌면 시대적 흐름을 거스른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은 주변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조언을 구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귀를 닫음으로써 국민에게 죄를 지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가’라며 오히려 반문하고 있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한민국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세대 간 대결이 아닌 세대 간 소통, 지역주의가 아닌 지역 간 소통, 기득권과 비기득권 간의 대화를 통한 합의 등은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될 시대적 흐름이다. 여기에 덧붙여 직책에 따른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아닌 수평적 의견 수렴을 통한 미래지향적 결과를 도출해 내는 그래서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다음 대통령은 제왕적 리더십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고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 대한민국의 병폐를 끊어낼 수 있는 ‘인덕’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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