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대책위, “CJ E&M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라”

 [중앙뉴스=최지영 기자]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고(故) 이한빛 PD의 죽음이 6개월만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 지난해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 포스터     © tvn 제공

 

이씨는 지난해 1월 CJ E&M에 입사한 후 tvN 드라마 ‘혼술남녀’ 팀에 들어갔다. 이씨는 ‘혼술남녀’ 마지막 촬영이 끝난 작년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이씨의 죽음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이씨의 유족이 포함된 '이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씨의 죽음은 제작진의 폭언 등 사내 괴롭힘과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CJ E&M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씨는 생전 청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또래를 위로해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 CJ에 입사했다"며 "'혼술남녀'가 그런 드라마인 줄 알았지만, 제작 환경은 권위적이고 폭력적이었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책위는 "고인이 고통스러운 현장을 견디기 어려워했는데도 회사는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라며 그의 명예까지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CJ E&M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라. 또한 사망사건과 관련된 책임자의 징계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 PD 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엄마로서 아들이 이렇게 힘들어했을 줄 알았으면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다. tvN이 따뜻한 드라마를 만드는 곳으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달랐다”며 “우리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유서에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고 쓰여 있었다.

 

이씨의 동생도 4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CJ는 자체 진상조사에서 형의 근태 불량에 사고 원인이 있다고 결론지었다"며 "하지만 형이 생전 남긴 녹음파일과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엔 제작진의 욕과 비난이 가득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죽음이 다시 재점화되면서 부랴부랴 CJ E&M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CJ E&M 측은 "사망에 대한 경찰 조사 이후 유가족과 원인 규명 절차와 방식에 대해 협의해왔지만 오늘 같은 상황이 생겨 매우 안타깝다"며 "유가족의 아픔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CJ E&M 측은 "경찰과 공적인 관련 기관 등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며 조사결과를 수용하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CJ E&M 측은  "다시 한번 안타까운 일로 아픔을 겪고 계시는 유가족분들께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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