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누군가에게 ‘희망’이라면…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2001년 개봉한 ‘파이란’은 지금도 많은 영화 마니아들에게 명작으로 회자되는 한국영화다. 파이란을 많은 영화인들이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15년이 지났음에도 이 영화의 영상미는 최근에 나온 영화들 보다 세련됐다. 아울러 현실성 있는 스토리와 함께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장면들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기 때문일 것이다.

 

▲ 줄거리

 

영화의 첫 시작, 파이란(장백지 분)은 한국으로 밀입국하는 장면이 잠시 지나가고, 인천에서 3류 양아치로 전전하는 강재(최민식 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창 때 같이 구르던 친구 용식(손병호 분)은 조직의 보스가 된 반면, 강재는 동생들에게도 무시당하는 별 볼일 없는 건달이다. 이런 강재에게 용식은 나이트 삐끼나 서라고 한다. 이런 강재의 조직 내 위치는 그저 한심한 호구 양아치일 뿐이다.

 

이렇게 삼류 양아치로 지내는 강재는 그래도 고향에 배 한 척 사 가지고 돌아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느 날 용식과 강재는 옛 추억을 돌아보며 술을 청하다가, 용식이 자신의 업소에서 술을 마시는 상대 조직의 조직원을 발견한다. 분노한 용식은 상대 조직원을 살해하게 되고, 같은 자리에 있던 강재에게 용식은 자기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자수해달라고 청한다.

 

고민하는 강재에게 용식은 배 한 척을 사주겠다고 제안하고, 남겨진 인생의 전부를 맞바꿔 이 제안을 받아들이려 한다. 이후 영화의 스토리는 파이란과 강재 사이에서 1년의 간극을 오가며 펼쳐진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하지만 용식이의 살인과는 무관하게 경찰들은 부인인 파이란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린다.

 

이야기는 다시 과거. 파이란은 유일한 친척을 만나기 위해 인천 ‘차이나타운’을 찾는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중국으로 돌아가도 아무도 없는 고아인 파이란에게 ‘희망 인력소개소’가 눈에 들어오고, 추방당하기 않기 인력소개소에서 제시한 ‘위장결혼’을 결심한다.

 

위장결혼 상대는 강재. 위장결혼을 위한 서류를 가지고 온 강재는 인력소개소에서 기다리는 파이란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돈만 챙겨 간다. 단지, 본인이 하고 있던 빨간색 스카프를 경수에게 전해주도록 한다. 

 

다시 현재. 강재는 파이란의 장례를 치르러 파이란이 있던 외진 바닷가 마을로 떠나고, 이 과정에서 파이란의 사진과 자신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게 강재와 파이란의 다른 시간과 시점은 점점 간극이 좁혀져 간다.

 

▲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강재. 암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파이란

 

영화는 물질만능주의 속에 드러나는 잔인한 인간상이 주된 배경이다. 그 속에 휩쓸려 현실을 외면한 채 3류 인생을 살아가는 강재의 모습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주된 원인이 겁많고 유약한 근본적인 심성이다.

 

파이란은 연약한 모습과 순수한 마음을 가졌지만, 반면에 암담한 현실을 이겨나가는 강인함도 가지고 있다. 이런 파이란에게 결혼을 해줌으로써 추방당하지 않도록 해주고, 빨간 스카프를 전해준 가장 고마운 존재이자 ‘희망’이 된 것은 바로 강재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파이란의 시점 비중이 높아진다. 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파이란의 가슴 시린 삶 속에서도 덧없어 보일 정도로 희미한 ‘희망’ 한줄기에 기대는 모습들은 관객들의 가슴을 몇 번이고 두드린다.

 

그저 3류 인생에서 돈이 필요해서 행동했던 강재는 ‘결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파이란의 편지를 읽고 조금씩 심경의 변화를 느끼는 강재.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강재는 본인도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된다.

 

▲ Epilogue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존재는 바로 경수(공형진 분)다. 모두가 무시하는 강재를 유일하게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경수는 강재와 한집에서 살면서 때론 형제처럼, 때론 친구같이 살아가고, 강재의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도록 한다.

 

특히, 파이란의 장례를 치르러 가는 길에서 강재의 심경변화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인물이 바로 경수다. 경수의 시각은 파이란 이전에 강재의 인간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줌으로써 극 중에서 강재의 감정변화를 관객들에게 가장 잘 전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못난 사내들의 절망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누군가에게 희망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용기를 갖도록 하는 영화 ‘파이란’을 통해 개인적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이가 날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희망’이 되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에 ‘희망’이 되기도 한다는 것. 이를 통해 당신에게 또 다른 무언가를 남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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