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 속에 세계사를 직접 겪어 온 불사(不死)의 존재와 만난다면?

존재 자체가 당신의 종교와 상식, 이론을 파괴하는 인물이 있다면 어떤 충격으로 다가올까? 맨 프럼 어스는 이런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다.

 

2007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리차드 쉥크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대본은 제롬 빅스비가 1960년 대에 처음 펜을 잡아 시작됐으나,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1998년 4월 그가 임종을 맞이해서야 완성됐다.

 

영화 진행은 외곽에 위치한 한 오두막에서 시작돼 이 한 공간 안에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진행된다. 하나의 장소에서 10명도 채 되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오로지 대화만으로 이뤄지는 진행만으로도 묘한 흡입력을 가지고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 1만4000년을 살아온 남자

 

영화는 10년간 지방의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중 종신교수직도 거절하고 돌연 이사를 가려는 존 올드맨(데이빗 리 스미스 분)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존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동료 교수들은 그의 집을 찾아와 조촐한 환송회를 갖는다. 환송식에 참석한 동료들은 존에게 왜 이렇게 급하게 떠나야 하는지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보고, 존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1만4000년을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이 남자는 자신이 크로마뇽인이라고 주장한다. ‘만약에’라는 말로 시작되는 고백에서 그는 매번 10년마다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기 전에 다른 신분으로 바꿔 이주해왔고, 이 곳에서도 10년을 채웠기 때문에 떠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동료들은 그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농담이라고 여겨 자신들 각자마다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을 통해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형태로 실없는 농담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나 그의 논리정연한 이야기와 답변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 그의 동료들은 심지어 그가 부처의 가르침을 중동에 전하려다 예수가 돼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특히 신학자인 에디스(엘렌 크로포드 분)는 신성모독이라며 그에게 더 이상의 농담은 허락하지 않겠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그의 논리에 반박할 수 없음을 동료들은 괴로워하고, 그런 동료를 위해 존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이야기가 지루한 밤을 달래기 위해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한다. 

 

동료들은 허무한 그의 말을 듣고 ‘역시나’라는 이야기를 하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각자의 집으로 하나 둘씩 떠나가지만, 마지막까지 남이 있던 심리학자 교수 윌 그루버(리차드 리엘 분)는 존의 이야기를 사실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만다.

 

▲ 신앙인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영화는 주인공이 불사(不死)의 존재라는 점을 전제로 그가 부처와 직접 만났으며, 이를 중동지역에 전파하려 했던 예수였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 설정은 분명 종교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영화에서 신학자인 에디스는 이런 모습을 잘 표현해낸다. 그런 에디스 조차도 극 후반으로 갈수록 혼란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기독교인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한 주인공 존은 성서의 이야기는 극히 과장된 이야기이며, 여러 신화를 접목시켜 꾸며낸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장면에서는 분노감마저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라는 시각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한다면, 오히려 다각적인 면에서 기독교를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울러 기독교인들이 행하는 형식적인 예배와 신과는 무관한 규율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들의 종교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 우리가 믿는 진실이 과연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영화에서 존은 ‘증명할 방법도, 반증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믿든 말든 그것은 당신의 자유’라는 말을 반복한다.

 

이는 바로 한 가지 이야기나 현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과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말할 수 있다.

 

존의 이야기를 들은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마다 그의 이야기에 대한 소감, 그리고 그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범위, 아울러 이해의 폭이 각자 제각각이다.

 

이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 각자마다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치이며, 이야기만으로 사람들에게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존의 이야기를 듣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들 또한 무엇이 진실인지, 직접 보지 못한 사실들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얼마나 한정된 시각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아울러 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우리가 과연 믿기 힘든 진실을 마주하게 됐을 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만든다.

 

현실적인 상상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맨 프럼 어스’. 사실과 진실의 경계 속에서 진리를 찾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한 번쯤은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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