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타워크레인 업체 '남산공영', 3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업체 선정 과정도 살펴봐야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가 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또 다시 크레인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표 브랜드인 남양주의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사고 발생 전에도 이상 징후가 있었으나 공사를 강행하다 사고가 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상위 20위권 내에 위치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안전관리 및 안전의식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이번에 사고가 난 크레인은 ‘남산공영’이라는 크레인 전문업체로, 3년 전 수원에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한 비슷한 사고를 낸 업체로 알려지면서 업체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 2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공사현장에서 타워 크레인이 쓰러져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 4시 40분경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남양주시 지금동 다산신도시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18톤 규모의 타워크레인이 부러지면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55m짜리 크레인의 높이를 올리는 ‘인상 작업’ 도중 크레인이 부러지면서 발생했다.

 

18톤의 규모의 타워크레인이 부러지면서 크레인 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5명이 추락했고, 사고 당시 석모(53)씨와 윤모(50)씨가 사망했다. 

 

이들 외에도 3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명의 중상자 중 한명인 김모(54)씨가 23일 새벽 1시경 사망하면서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타워크레인은 이틀 전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한 근로자는 “며칠 전 크레인에 고정핀이 사라진 것이 발견되는 등 이상이 있었다”며 “그런데 공사 책임자가 ‘이상 없을 것’이라면서 핀만 다시 꽂은 뒤 작업을 강행하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경찰도 현장 근로자를 통해 이와 비슷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근로자들로부터 “며칠 전부터 크레인 부품이 고장 나는 등 이상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장안전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면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인상 작업은 이틀 전인 지난 20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 근로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봤을 때, 이런 문제가 발생되면서 크레인 작업이 사고 발생일로 연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당시에도 이날 부러진 지점인 아파트 11층 높이 부분에서 결함이 발견돼 작업이 중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런 결함에 대한 확실한 원인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적으로 고친 뒤, 다시 인상 작업을 강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아직 확실한 원인이 파악되지는 않고 있으나, 이들의 진술을 종합해봤을 때 현장에서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공기 단축을 위해 공사를 강행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계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난 크레인 업체는 지난 3년 전 수원에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한 비슷한 사고를 냈던 업체라는 주장이 제기돼 업체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기는 힘들다”며 “일단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이뤄진 뒤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공기단축을 위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현장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며 “다만, 안전 인력 배치가 돼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경찰 조사가 끝나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유족과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곧 협의 중에 있거나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달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크레인에 대한 관리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타워크레인은 ‘남산공영’이라는 크레인 전문업체의 장비를 사용했다. 그러나 남산공영은 3년 전 수원에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한 비슷한 사고를 낸 업체로 알려져 업체 선정 과정도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크레인에 경우 체계적인 관리나 표준 규격 등이 정해져 있지 않고, 꼭 필요한 신호수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본지 관련기사- ‘올해 벌써 2번째 크레인 사고, 삼성중공업만의 문제인가?)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크레인 장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작기술이 부족해 대부분 일본이나 독일 등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크레인업체들이 반입 기준 크레인 사용기한을 규정하다보니 노후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아 이런 대형사고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에서 장비를 들여올 때 부식이 진행된 장비가 들어와도 반입일을 기준으로 사용하다 보니 노후된 장비를 쓰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노후된 장비들은 대형 장비이다 보니 강도가 약해져 부러질 경우 이번 사고처럼 대형사고에 늘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에 있는 크레인 장비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남산공영에 크레인 강도조사 여부와 제조년도 등의 확인을 위해 유선 취재를 요청했으나, 남산공영 관계자는 “직원들이 모두 현장과 병원에 나가 있어 사무실 여직원들만 있기 때문에 답변할 사람이 없다”며 “관련 사항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없으므로 이번 일은 그냥 언론사의 입장에서 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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