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및 업계 "폐지보다는 제도 보완과 처벌 규정 강화돼야"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공매도 폐지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모 증권사의 직원을 제재하면서 또 다시 공매도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아울러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자 조정기간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하락 장에 투자하는 공매도 규모가 72조로 올해에만 50% 가까이 늘어난 점도 공매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공매도 공시제를 시행한데 이어 올해 3월에도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를 도입했음에도 오히려 공매도 규모가 늘어나면서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 공매도란?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는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는 뜻이다.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판다는 의미다. 즉, 물건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판다는 의미로,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하며,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A 주식이 없는 투자자라도 A 주식을 빌려서 60만원에 일단 매도한 뒤, 며칠 후 A 주가가 50만원까지 떨어졌을 때 공매도한 투자자는 50만원에 동일한 수량의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해 빌렸던 주식을 갚으면 되는 형태다. 즉, 순서만 바뀌었을 뿐 A 주식을 50만원에 매입해 60만원에 판다는 효과는 같다. 다만, 예측이 틀렸을 경우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주식 공매도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1969년이었다. 

 

공매도 제도의 도입과정을 살펴보면 신용대주제도의 형태로 도입됐는데, 개인투자자가 금융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대주의 형태로 빌려서 공매도 거래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제도 도입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공매도 거래는 매우 부진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이는 신용대주제도가 국내 개인투자자에게만 허용돼 있었고 대주에 대한 제약도 많았기 때문이다.

 

공매도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6년 9월 기관간 주식대차가 허용된 이후이다. 한국증권거래소 상장종목에 대한 기관간 주식대차가 허용되면서 금융회사들의 공매도 참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초로 허용된 주식대차는 현재의 제도와 동일하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증권 대차제도는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한다. 외환위기의 대응과정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제도는 큰 폭으로 정비됐고, 대외개방도도 확대됐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매도 거래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기상황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커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지만. 공매도가 가지는 긍정적인 기능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개미들의 공공의 적 ‘공매도’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공매도 제도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우선적으로 폐지돼야 할 제도로 인식된다.

 

공매도는 현 제도상 개인투자자에게 매우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개인이 증권사에서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는 7~8% 수준의 높은 수수료에 종목도 한정적이며 기간도 짧다.

 

반면에 기관과 외국인이 대차중개기관을 통해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공매도 종목이나 수량에 제한이 없고 수수료가 낮은 데다 주식 대여기간도 1년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매도를 통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적악화나 유상증자 등이 이뤄질 경우 손쉽게 돈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 공매도 잔액 70조원 넘어서

 

대선 이후 코스피 지수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차익 실현에 기대를 건 공매도가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9일 기준 공매도 잔액은 72조로 올해에만 49.3%가 늘었다.

 

공매도가 이처럼 성행하는 데에는 투자자들이 코스피가 활황을 보이면서 조만간 조정기간을 거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매도에 나선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럼에도 공매도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주가가 어느 정도 고점을 찍으면 급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투자자들이 버리지 못하면서다.

 

또 하나는 청산할 증거금이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풀기 위해선 증거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보니 묶여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까지 38조를 기록하던 대차잔고는 지난달 54조로 28%가 뛰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차거래는 증권회사가 고객과의 신용거래에 필요로 하는 돈이나 주식을 증권금융회사가 대출하는 거래를 말한다. 주식을 살 때는 매입한 그 주식을 담보로 돈을 차입하고, 팔 때는 그 대금을 담보로 주식을 빌려 쓰는 형태다.

 

▲ 빈번하게 발생하는 공매도 악용 사례

 

지난해 지속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금융감독원은 공매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SK증권 직원에게 주의 및 자율조치 제재를 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SK증권 A부서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5개 종목 블록딜 매수에 참여하면서 이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기 전 13억여원의 해당 종목을 공매도했다.

 

블록딜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협의해 장외에서 하는 대량매매로, 시세보다 5~1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다.

 

A부서는 싼값에 장외매수가 예정된 상황에서 해당 종목을 공매도해  4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 직원주의 및 자율조치는 가장 약한 제재”라며 “금융당국이 보통 조사에 나서면 일단 직원주의 및 자율조치는 기본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이 공매도에 대한 단속에 나서면서 SK증권이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기관경고와 과태료 8억52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돼 SK증권의 제재와 큰 차이점을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신탁재산간 거래 및 연계거래 금지 위반, 신탁재산 집합주문 처리 절차 위반 등 5건에 이르는 규정을 위반했다.

 

특히, 공매도와 관련한 ‘이해상충 관리의무 및 직무관련 정보의 이용 금지 위반’ 사항을 보면, 신한금융투자 B부서는 2012년 9월 10일부터 2015년 8월 19일 기간 중 자사 법인영업부 및 다른 금융투자업자 등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시간외 대량매매 매도주문(블록딜)을 받은 23개 종목 주식에 대해 매수자로 참여하기로 한 상태에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평가 등의 절차 없이 대량매매 거래체결 전에 해당 주식을 차입공매도하거나 주식스왑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이 때 공매도 등을 통해 부당취득한 돈은 6억원이 넘는다.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4월 기관주의와 과태료 1억3750만원을 부과 받았다.

 

한화투자증권 C부서는 2014년 1월 23일부터 2015년 5월 6일 기간 중 다른 금융투자업자 등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블록딜 매도주문을 받은 10개 종목에 대해 매수자로 참여하기로 한 상태에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평가 등의 절차 없이 공매도를 통해 총 3억3300만원의 차익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1월 기관주의를 받은 현대증권도 블록딜 매수를 앞두고 공매도를 일삼아 5억여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 지난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의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한미약품 직원과 개인투자자 등 14명에게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 한미약품 사태와 대우건설 사태

 

공매도와 관련된 사건은 증권회사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의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한미약품 직원과 개인투자자 등 14명에게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들은 한미약품의 악재성 미공개정보인 계약해지 사실을 해당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법무팀 직원 등 내부 관계자를 통해 지인과 가족,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29일 장 마감 뒤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한 뒤, 다음날 장 시작 30분도 지나지 않아 외국기업이 자사의 기술관련 권리를 반납한다는 악재성 공시를 냈다.

 

악재성 공시는 한미약품의 기술을 가져가기로 했던 독일의 제약기업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1년여 만에 반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불공정거래 의혹이 불거졌고, 금융위는 이들에 대한 조치를 이번에 내린 것이다.

 

한미약품 사태가 마무리되기도 전인 지난해 11월 14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의 3분기 검토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공시를 내면서 15~16일 이틀간 주가가 급락했다. 

 

문제는 이보다 앞선 11월 11일 대우건설의 공매도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의견거절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투자자가 공매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 공매도 세력 대항, ‘시세조종’ 혐의 성세환 회장 억울함 토로

 

올해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BNK금융지주의 성세환 회장은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어행위’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BNK금융은 2015년 11월 17일 장 마감 이후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BNK금융이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5거래일 동안 공매도 물량만 200만 주가 넘었다. 유상증자 발표 이전 하루 공매도 물량은 3만~7만여주에 불과했으나, 공매도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주당 1만2600원에 거래되던 BNK금융 주식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5거래일 만에 987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공매도 공세는 계속돼 유상증자 기준 가격이 결정되던 시기인 지난해 1월 6일부터 8일까지 380억원어치에 달하는 총 469만여주의 공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다.

 

이에 BNK금융의 주식은 8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7000억원대의 자금을 마련하려던 BNK금융은 계획에 차질이 우려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상증자 발표 이후 BNK금융은 거래기업 46곳에 주식매수를 부탁하거나 권유했고, 거래 업체 대표들은 BNK금융 주식 464만5000여 주(390억 상당)를 사들였다.

 

그 결과 주식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1월 8일에는 주당 8290원까지 소폭 회복했다.

 

검찰은 준 공공기관인 은행이 ‘갑’의 지위에서 ‘을’인 거래 업체에 주식을 사도록 하는 이런 행위는 자본시장을 교란한 중대 범죄라고 판단해 성 회장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 회장과 BNK금융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BNK금융은 결제기능을 가진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공격은 다른 유상증자와 달리 일반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과 거래기업까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주가 부양노력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 회장은 지난달 옥중에서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유상증자 발표직후 기관과 외국인은 무차별적으로 공매도 물량을 쏟아냈고, 그로 인해 짧은 기간 주가는 턱없이 하락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런 악의적인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가치를 지키려고 최소한의 방어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이런 방식의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주가가 급락했는데, 주식을 공매도한 일부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은 단기간에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긴 것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공매도 투자자의 유상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회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판단대로 금융지주사의 주가 시세조종 첫 사례가 될지, BNK금융의 주장대로 공매도 세력에 맞선 정상적인 주가 방어행위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 난 4월 18일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자사 주가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 공매도 폐지가 답인가?

 

공매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공매도 폐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공매도를 악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하면서, 이에 대한 규제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도 폐지 의향을 묻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세계 14위 규모인데 국제적 정합성에 비춰보면 공매도를 없애는 것은 제도 후퇴로 비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임 위원장은 “공매도의 불공정 거래 소지는 악착같이 막아야 하고 철저히 단속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제도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시장 기능의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며 “역기능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임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도 “한미약품 사태의 본질은 공매도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매도와 공시 제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라며 “공매도 공시제도가 가진 국제적 정합성을 유지한다는 원칙 내에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금융위는 실제로 공매도 규제를 마련해 하나 둘씩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공매도 공시제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 3월 말에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를 도입했다.

 

공매도 공시제는 투자자 또는 대리인의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일 때 종목명, 인적사항, 최초 공시의무 발생일 등을 보고해 공시의무발생일로부터 3영업일에 공시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실제 공매도 세력들은 증권사에 약간의 수수료를 주고 특정 주식을 매도하도록 하는 스와프 계약을 맺어 대행 증권사만 노출되고 공매도 주체 세력은 드러나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역시 시행 한 달 간 적발된 종목이 단 두 종목에 그치는 등 지정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과, 지정되더라도 거래금지 기간이 하루에 불과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규제와 폐지보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은 양방향성이 항상 존재하므로 다 맞추긴 힘들다”며 “주가가 항상 오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정기를 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공매도 제도는 분명 순기능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들이 공매도를 요청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그러나 종목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개인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도 공매도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매도는 시장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고 있는데, 시장 흐름에 따라 허용하면서 규제보다는 이를 악용할 경우 무거운 처분을 내린다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개인들도 기관처럼 공매도를 취급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10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도 폐지 의향을 묻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세계 14위 규모인데 국제적 정합성에 비춰보면 공매도를 없애는 것은 제도 후퇴로 비칠 수 있다”고 답했다. 


▲ 개인 공매도 가능 투자상품 등장

 

최근에는 개인도 공매도가 가능한 투자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QV 아이셀렉트(iSelect) 200 롱숏 플랫폼’이라는 상품을 내놨다. 이는 투자자가 직접 투자대상을 선택해 투자원금의 100%까지 대차매도를 가능하게 한 상품이다.

 

아울러 투자원금의 200%를 절반으로 나눠 각 100%씩 매수(롱)와 대차매도(숏)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투자원금이 최소 가입금액인 500만원일 경우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500만원 매수하고, 500만원은 대차매도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형태다.

 

이처럼 개인도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행위 등이 발생할 경우 이익 환수와 함께 강력한 처벌 등의 조치가 있다면 공매도의 순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정보접근이 유리한 기관투자자의 정보를 좀 더 개방해 공유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공매도 거래 투명성 강화 위한 포지션 보고제도 확산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공매도 거래의 일시적 금지조치가 집중적으로 관찰된 시기다.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낸 후,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영국 등의 국가는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은 2008년 9월 19일부터 10월 8일까지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했고, 영국은 2008년 9월 19일부터 2009년 1월 16일까지 32개 금융주에 대한 순매도포지션의 확대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공매도 거래를 금지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훨씬 포괄적인 범위로 공매도를 금지했고, 공매도 금지기간도 상대적으로 길게 유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래 규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방향성은 공매도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지션 보고제도의 확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규제흐름은 공매도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자본시장 제도변화를 주도하는 국제기구들도 대량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는 2009년 6월 19일 대량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 도입을 목적으로 한 공매도 규제원칙을 발표했다. 

 

IOSCO는 규제원칙으로 공매도 정보를 확보해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남용행위를 억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 구축사실 및 이로 인한 잠재적 교란 의심행위에 대해 조기인지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불공정행위 등의 발생시 조사 및 제재에 필요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것도 권고한 바 있다.

 

▲ 경제의 순기능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해야

 

공매도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그 경제적 순기능이 인정돼 온 제도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세운 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제도는 부정적인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주된 경로로 작용함으로써 주식시장의 정보효율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주식시장의 버블이 과도하게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는 순기능도 제공한다.

 

이런 긍정적인 기능을 감안할 때 공매도에 대한 지나친 규제강화는 시장가격 안정화라는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시장유동성 및 효율성 위축이라는 부정적인 비용요소가 더 클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공매도 거래금지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대규모 금융위기가 발생해 시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제도운영으로부터의 실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매도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황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해외시장에서의 공매도 규제는 시장투명성 개선을 위한 공시제도의 도입확대가 중요한 변화 방향성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시제도는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가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들의 투자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성은 시장투명성 개선,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투명성 개선에 있어서는 공매도 거래와 관련된 시장정보들이 신속히 생산돼 시장에 제공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정보제공의 의무가 있는 투자자들이 정보 보고 및 공시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보고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투자자에 대해 과징금을 강하게 부과하는 사례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는 공매도 규제개선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된 데에는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세력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이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이다.

 

따라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단속노력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세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공매도 제도와 시장에 대한 신뢰를 모두 유지하는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의 정책 방향은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