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스크 최대 위험요인 '가계부채'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가계부채다. 최근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가계부채와 지정학적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채 총액이 136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서 새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하는 한편,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 가계신용 증감액 및 증감률 (제공=한국은행) 


▲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6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 달 새 4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월간 증가액으로 올해 들어 최대치이며, 2010~2014년 4월 평균인 2조2000억원의 2배 이상의 수치로 여전히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1월 585억원으로 크게 줄었으나, 2월과 3월 각각 2조9000억원씩 늘었다.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액은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큰 폭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보인 2015년 4월(8조5000억원)과 2016년 4월(5조2000억원)보다는 줄어든 수치이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액을 줄이기 위해 각종 규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증가세는 또 다시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는 역시나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집단대출이 꾸준히 취급되는 가운데 봄 이사철 주택거래와 관련된 자금수요가 늘어나면서 한 달 새 3조3000억원이 증가하면서 541조8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도 175조9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금융위원회가 이 날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안정적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대비된다.

 

앞서 이날 오전 금융위는 지난 4월 가계대출이 은행과 비은행권을 합쳐 7조3000억원(금융감독원 속보치 기준)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4월 증가액(9조원)보다 1조7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금융위는 "작년에는 부동산시장 정상화, 저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 시장금리 상승, 가계대출 관련 리스크 관리 등으로 증가세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작년 한해에만 가계빚 140조원 이상 늘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빚은 141조원이 늘어나면서 13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2월 수도권, 5월 비수도권까지 순차적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은행 대출에 비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은 더 나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초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141조 2000억원(11.7%) 늘어나면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정부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 등으로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자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초 잠시 꺾이는 듯한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달 또 다시 은행권에서만 4조6000억원이 늘어나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 1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585억원에 그치면서 크게 줄었으나, 2월과 3월 각각 2조9000억원씩 늘었다. 이후 4월에도 4조6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액을 줄이기 위해 각종 규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증가세는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에만 3조3000억원이 증가하면서 4월말 기준 541조8000억원으로 540조원을 넘어섰다.

 

▲ 가계대출 심사 강화에도 늘어나는 가계빚

 

올해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가계 주택자금을 중심으로 강화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었다. 1월에만 해도 이런 예상은 적중하는 듯 했다.

 

그러나 2월과 3월에도 3조원 가까이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2분기 들어서도 가계에 대한 국내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 약화에 따른 신용위험 증가, 정부의 추가 가계부채 관리대책 시행 등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이런 예상이 무색해졌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한편, 가계의 신용위험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가계의 신용위험은 소득개선 부진 및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 상환능력 약화 등에 따라 저소득·저신용 계층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80% 육박

 

가계의 빚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가계부채비율)은 1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빚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경기침체로 가계소득 증가는 미미해 가계의 빚 상환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국회 정무위)은 "한국은행이 지난 29일 발표한 ‘2016년 자금순환 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 비율이 178.9%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제 의원에 따르면 이는 2015년 말 169%에서 10%p 급증한 수치로, 박근혜 정부 4년 간 19.4%p 상승한 수치다.

 

가계부채비율은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사태 여파로 2002년 124.8%에서 2004년 119%로 5.8%p 하락했다. 이 후 2005년부터 내리 12년째 상승하고 있다.

 

제 의원은 국가 간 가계부채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국민계정의 개인순처분가능소득(NDI; 이하 가계소득) 대비 자금순환동향의 개인부채 비율을 활용했다. OECD의 공식적인 가계부채 통계도 이 지표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동향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565조8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대비 142조7400억원(10%) 증가한 수치다. 가계부채는 연간 GDP(1637조4208억원) 총액의 95.6%까지 상승했다.

 

반면 가계소득은 전년대비 4% 늘어난 875조3659억원으로 그쳤다. 

 

제 의원은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5년 169%에서 178.9%로 10%p 급증한 것”이라며 “가계신용(1344조원) 기준으로 동 지표는 153.4%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비율이 높아진 것은 가계의 소득보다 부채 증가 폭이 훨씬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년대비 가계부채는 10%(142조7400억원) 늘었지만, 가계소득은 4%(33조513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가계부채가 가계소득 증가분 보다 4배 이상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제 의원 측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계부채는 410조8485억원, 가계소득은 151조138억원 증가해 부채가 소득보다 2.7배 이상 불어났다”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360조1090억원)보다 규모가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가계부채는 770조9575억원, 가계소득은 309조7533억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비율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OECD 30개국 평균 135%보다 44%p 이상 높은 상태다. 더욱이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이 비율을 상당 폭 낮춘 데 비해, 한국은 오히려 40%p 정도 상승했다. 

 

제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비율 증가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고, 국가부도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가계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155%까지 낮추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계부채는 411조원 늘어나 가구당 평균 2천2백만원의 빚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 금융시스템 가장 큰 위험요인 ‘가계부채’

 

금융전문가들도 국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꼽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금융시스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고, 32%가 가계부채 문제를 선택했다.

 

그 뒤를 이어 1순위 위험요인으로 거론된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및 보유 자산 축소(14%), 취약 업종의 기업 구조조정(7%), 가계의 소득 부진 지속(4%) 등이다.

 

가계부채와 관련이 깊은 ‘가계의 소득부진 지속’을 합치면 실질적으로 가계부채가 가장 위험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359조7000억원으로 1분기에만 17조1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를 중기(1~3년)에 나타날 위험요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돼 향후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위험성이 높다고 인식했다.

 

▲ 진퇴양난에 빠진 통화정책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에 따라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여부를 가계부채에만 적용할 경우만 따져도 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부담이 커지고, 그렇다고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에는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한계가구를 중심으로 ‘대재앙’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1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 중에 있다. 하지만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이미 지속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 되면서 대책을 마련해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5년부터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고,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기 위한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정책을 내놓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소득·자산이 비교적 많은 층이 고정금리 대출로 저렴하게 갈아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을 뿐, 소득이 비교적 낮은 층에게는 분할 상환으로 인한 부담감으로 인해 오히려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감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은 일단 ‘부도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띄우지 않겠다’는 기조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경제 공약을 설계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15일 ‘150% 총량관리제’에 대해 “대출을 옥죄어 가계부채의 ‘절대액’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소득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2015년 6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로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시그널을 줬다면,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는 3년 전 기조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시그널을 총량관리제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150%의 비율’이 금융회사에 바로 하달되는 가이드라인은 아니다”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을 적절히 조합하기 위해 정부가 이용하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김 교수의 설명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조합)’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재정지출을 확장적으로 운영하면서 한국은행과 교감을 통한 금리정책을 펴는 동시에 LTV·DTI·DSR를 통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 실효성 있는 정책 펼치려면 결국 가계소득 높여야

 

지난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가 꺾였다고 확언하기에는 이르다”며 “소득 증가 이내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계의 소득기반을 높여주는 것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가계부채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지난 3월 더민주 제윤경 의원도 “가계의 빚을 늘려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그 동안의 정부정책이 가계에 빚폭탄만 던져 놓고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부채’가 아닌 ‘소득’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가계부채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주요국들은 취약해진 가계경제 회복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 고용의 질 개선 및 사회안전망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주요국들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및 저소득층 감세를 통한 최소 생계 수준의 소득 보장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국제경제리뷰’에 따르면 중국은 연평균(2011~2015년) 최저임금을 13% 인상하고 있고, 일본도 매년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2011년 737엔이었던 최저시급을 2016년에는 822엔까지 끌어 올렸다.

 

미국은 주정부별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한편, 최소소득세율(10%)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 법제화와 함께 저소득층 세금공제 계획)약 150억유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주요국들은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보조금 지급 및 한정 정규직 도입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촉진과 함께 파견 직원의 계약 갱신 불안 및 저임금 노동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주요국의 가계소득과 가계안정을 위한 정책들을 새 정부가 면밀히 살피고,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가계소득 증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가계부채 관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새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나서는 한편,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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