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통해 삶의 따뜻함을 전달하는 영화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납관사라는 직업을 통해 죽음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인 일본영화 <굿’바이:Good&Bye>는 다키타 요지로가 연출한 작품으로, 2008년 개봉된 영화다.

 

원작은 아오키 신문(青木新門)의 1993년도 에세이〈납관부 일기>이며, 일본에서 이 영화는 ‘보내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오쿠리비토’(おくりびと)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이 영화의 특징은 무엇보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가장 어려운 ‘죽음’이라는 주제를 감동과 해악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나와 주변의 죽음이 가져올 의미가 어떻게 다가올지를 한 번쯤은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들로 인해 우리가 꼭 봐야 하는 많은 의미의 시각들을 놓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 마지막 여행의 도우미 ‘납관사’의 길

 

이 영화는 도쿄의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였다가 갑작스런 악단 해체로 백수 신세가 되면서 납관사로 일하게 된 주인공 ‘고바야시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분)가 점차 인생의 참 의미를 찾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이고는 오케스트라 악단 해체 후 그의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 분)의 동의 아래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간다.

 

고향에 내려가 어떤 일을 할 지 고민하던 그는 ‘연령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의 구인광고란을 보고 곧바로 면접을 보러 간다. 

 

막연히 ‘마지막 여행의 도우미’라는 구인광고 문구만 보고 여행 관련 회사로 알고 찾아간 이 회사의 정체는 바로 ‘납관’ 일을 하는 상조회사였다.. 다이고는 이런 사실을 알고 당황하지만, 회사 사장인 납관사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 분)는 곧바로 일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다이고는 이쿠에이가 ‘일단 해보자’며 거액의 ‘일당’을 제시하자 이를 수락하고 얼결에 납관사의 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납관사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처음 확신을 갖지 못하는 다이고. 하지만 정성스럽게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이쿠에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 역시 제대로 된 납관사의 모습을 갖춰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아내 미카가 다이고가 납관사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카는 ‘당장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떠나겠다’며 강경하게 반대한다. 친구들도 그가 ‘죽은 사람을 팔아 돈을 번다’며 비난하지만, 다이고는 납관사라는 직업을 통해 새로움을 깨달아 가는 자신을 성찰하며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 차가운 죽음을 통해 따뜻한 삶을 투영하는 영화

 

이 작품은 ‘편견’이라는 것에 갇힌 인간들의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려준다. 편견은 우리들의 시야를 좁게 만들고, 아울러 우리가 꼭 바라봐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막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말이다.

 

또한 이 영화는 ‘죽음’에 가장 가까운 납관사라는 직업을 통해 삶과 죽음이 가지는 양면성과 공통성, 그리고 각각의 의미를 알게 해준다.

 

예를 들어 하천을 거슬러 올라와 번식 후 힘이 다하면 죽음을 맞이하는 ‘연어’를 바라보는 장면이나, 우리가 살기 위해 먹는 음식들이 요리되기 전에는 그저 다른 생물의 시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장면 등은 죽음이 탄생으로의 회귀와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탄생에는 죽음이 필연적으로 따라오지만, 죽음이 곧 끝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려줌으로써 우리에게 지금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영화에서 오랜 기간 납관사 일을 해온 이쿠에이는 부패한 시체든, 깨끗한 시체든 그 마지막을 배웅함에 있어 편견을 갖지 않는다. 죽음을 맞이한 자들을 담담하게 보내는 그의 이런 모습들은 오히려 죽은 망자들과 남은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한 배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영화 <굿&바이>는 ‘죽음’이 가지는 보편적 의미와 함께 그 안에 또 다른 새로운 의미들을 전달함으로써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따뜻한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 에필로그(Epilogue)

 

주인공 다이고가 어느 날 홀로 어두운 방 안에서 첼로 연주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이 때 연주하는 음악이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Departures'로, 직역하면 ’출발·떠남‘이라는 뜻의 서정적인 연주곡이다. 

 

이 곡은 삶의 끝에 다다른 망자들을 배웅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우친 주인공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다.

 

후일담으로 주인공인 ‘다이고’ 역을 맡은 모토키 마사히로는 직접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촬영기간 내내 2시간씩 첼로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노력들은 영화가 표현하려는 의미들을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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