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종자 검역 시스템 사실상 '무용지물' 지적 제기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수입 승인을 받지 않은 중국산 ‘유전자변형(LMO)’ 유채(꽃)가 전국적으로 대량 재배돼 온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실태조사 및 폐기조치에 나섰다.

 

지난 5월 중순 강원도 태백시 유채꽃 축제에서 처음 발견된 LMO 유채는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수입종자 검역 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월부터 수입된 중국산 유채종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10개 업체가 수입한 79.6t 가운데 32.5t(4개社)에 수입 승인을 받지 않은 '유전자변형 생물체'(living modified organism·이하 LMO) 유채가 혼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살아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뜻하는 LMO는 유전자변형기술을 통해 유용한 성질을 갖게 되고 생식이나 번식이 가능하므로 생태계에 혼란을 줄 위험이 있다.

 

LMO와 달리 번식 능력이 없는 유전자변형생물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싹을 틔울 수 있는 알곡 상태의 옥수수, 콩, 유채 등은 LMO, 이를 가공해 통조림에 넣은 것은 GMO로 분류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물량 32.5t 가운데 일부는 이미 밭에서 대량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배 중으로 확인된 것만 전국 13개 시·도 56개소, 81㏊다.

 

또 19t은 LMO 유채로 확인돼 보관 중이던 종자를 조사·폐기 조치했고, 12.1t은 경운작업 과정에서 폐기됐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32.5t 중 LMO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것은 1t에 불과했다.

 

국립종자원은 LMO 혼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소규모로 판매된 464㎏에 대해서도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검출된 유형은 미국 몬산토사(社)에서 개발한 제초제 내성을 지닌 'GT73' 유채로, 식약처 및 농진청으로부터 각각 국내 식품용 및 사료용으로는 안전성을 승인받아 수입할 수 있지만, 종자용으로는 수입 승인이 되지 않았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는 종자용·식용·사료용으로 승인돼 있어 국민건강 등 안전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건강에 해가 없다고 하지만 수입종자 검역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중순 강원 태백시 소도동에 있는 0.9㏊ 규모의 태백산 유채꽃 축제장에서 LMO 유채가 대량 발견된 이후 수입 물량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난해 초부터 LMO 유채종자가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정부는 LMO 사료 곡물이 운반 과정에서 길가에 떨어지는 등 소량씩 싹을 틔워 발견된 적은 간혹 있으나 대량 밭에 심어진 채 발견된 것은 강원도가 처음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 있던 셈이다.

 

농식품부는 미승인 LMO 유채 발견지역에 대해서 환경부,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점검팀을 운영해 사후 관리 및 환경영향 조사를 할 방침이다.

 

해당 지역에 대해서는 향후 2년 이상 유채 재배상황, 월동 개체 존재 여부, 식생(植生) 변화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미 문제의 유채가 폐기된 지역도 사후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달 강원도 태백시의 유채꽃 축제장에서 대량 발견된 LMO 유채를 수입한 A업체는 종자산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초부터 LMO 종자가 대량 유입돼 전국 각지에서 뿌리까지 내린 상황에서 '뒷북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미승인 LMO 유채가 재배지에서 발견되지 않도록 해외에서 LMO 여부, 병해충 등에 대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식물 종자를 무분별하게 반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내년에 유채재배를 희망하는 농가나 지자체는 LMO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 파종 전 국립종자원에 LMO 여부 검사를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