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휘는 5060세대, 남은 건 집 한 채…한 숨만

▲ 취업박람회에 붙여진 구인구직 게시판을 유심히 살펴보는 50대 구직자들의 모습 ©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됐다. 이들은 그동안 부모를 모시고 자녀 결혼까지 책임지느라 허리가 휘어 노후 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영광을 누렸지만, 지금은 그저 ‘황혼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5년 50~65세 중산층 중 52.8%가 8년후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평균 53세에 은퇴해 81.3세까지 살아간다. 은퇴 후 28.3년을 주 수입원 없이 쥐꼬리만한 국민연금과 전재산인 퇴직금으로 버텨야 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기준금리 연 1.25% 초저금리 시대가 다가왔다. 1억 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세금 제외하고 한 달 이자는 10만 원대에 불과하다. 현금 10억원을 정기예금통장에 넣어도 이자가 신입사원 연봉보다 적다. 초저금리시대 재테크는 일찌감치 '투자의 시대'로 전환을 선언했다.


중·장년층이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서라도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본지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황혼재테크 전략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중소기업 임원으로 외벌이를 하던 이기훈(가명?54)씨는 경기불황으로 지난해 말 명예퇴직 했다. 더군다나 봄에 큰 딸 혼수 비용으로 명예퇴직금 중 3500만원을 지출했다. 퇴직금은 중간정산으로 일부 삭감되고 국민연금 수령시기도 한참 남아 생계가 걱정이다. 아직 치르지 못한 둘째 아들 결혼까지 생각하면 앞이 까마득하다. 특별한 기술도 마땅히 없어 당장 자영업에 뛰어들어야 할 지 아니면 아파트 경비라도 알아봐야 하는지 고민이다.

 

▲노후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폐지줍기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자녀양육에 부모봉양까지 허덕이는 베이비부머 세대


선진국은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연금과 체계적인 금융자산 관리 등으로 노후를 대비한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시대 노후대비로 가장 중요한 것이 연금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후 대비가 많이 부족하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27년이 지난 지금 실 수령액은 그리 많지 않다.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국민연금 수령액은 급여 200만원 기준 30년을 부었을 때 64만3천원(국민연금공단 2017년 기준)에 그친다. 일본은 160만원 수준이다. 이를 비교해보면 국민연금 노후 월평균 수령액은 월 최소 생활비가 2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32% 수준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도 매월 내야하다 보니 부담이 만만치 않아 일반 근로자들은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4월 말 기준 개인연금 1인당 평균 적립금은 1695만원에 불과하다. 1년 생활비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평균 6.6년이라는 짧은 수령기간과 신계약 감소 및 중도해지 증가 등으로 노후대비 수단으로서 연금저축이 크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부모 봉양과 자식 양육으로 남은 것은 집 한 채 밖에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 평균 총자산은 평균 4억200만원이다. 이중 평균 부채 1억 원을 빼면 순자산은 3억20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거주용 부동산 2억8000만원을 제하면 가용 순 금융자산은 2200만원 밖에 안된다. 여기다 60여 만원에 불과한 연금과 2200만원으로 30~40년 세월을 보내야 한다.

 

이 세대들은 자식의 봉양은 꿈도 못 꾼다. 이른바 88만원 세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들은 제 앞가림하기에도 정신없다. 거기다 수명까지 늘어나 오랜 세월을 마냥 자식에 기댈 수도 없다.

 

▲ 은행을 방문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예금 재테크 상품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는 돈을 막아라

50대 이후의 삶은 쉽지 않다. 버는 것 없이 지출만 할 날을 앞둔 '5060세대'에게 저금리 환경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기업 부장인 A씨(58)는 퇴직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은행 예금 외 별다른 자산이 없고 준비된 노후자금이라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밖에 없다. 외벌이인지라 국민연금도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쓰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대출이 없고 자식들도 모두 결혼한 관계로 큰 돈 들 일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은퇴 이후 상황은 예측할 수 없어서두렵다.

 

A씨가 퇴직 전까지 돈을 벌면서 매달 남는 금액은 비과세 예금이나 즉시연금형 비과세 보험상품(1인당 한도 1억원)에 납입할 것을 권한다. 예·적금에 묻어둔 8000만원은 올해 말까지 가입 가능한 해외비과세펀드(1인당 3000만원 한도)를 통해 운용하는 게 재테크면에서 유용하다.

다소 빠듯하겠지만 생활비를 줄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신한은행 합정동 지점 VIP클럽 PB팀 관계자는 “부부가 자신만의 룰을 정한 뒤 계획적인 지출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즉흥 소비 안하기, 담배 반으로 줄이기, 가까운 거리 걷기, 교통비·유류비 10% 줄이기, 외식 줄이기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하는 상품은 바로 실손의료보험이다.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손의료보험은 보통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100세까지 보장한다. 보험료는 7만~10만원 수준이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면 암보험을 고려해보자. 가입 후 3개월의 면책기간이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가입할 것을 권한다. 한번 암에 걸리면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고 치료비용도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 수령을 늦추면 최대 5년까지 36%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 연합뉴스


▲ 여유자금 있으면 국민연금 수령을 늦춰라.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퇴직자들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는 국민연금 수령 신청이 늘고 있다.  조기 국민연금은 56세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1년 일찍 당겨 받으면 정상 수령액보다 6% 적어지며,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까지 손해 볼 수 있다. 연금 수령액이 적어져 유족연금에서도 손해를 본다.


다만 개인연금이 있거나 여유자금이 어느정도 있다면 국민연금을 늦추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다. 만약 국민연금 수령을 66세로 연기하면 연 7.2% 이자가 붙어 최대 5년까지 36% 더 받을 수 있다. 예컨데 61세부터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이 월 80만원이면 61세부터 절반(월 40만원)만 수령할 경우 65세부터 월 연금액이 89만원으로 높아진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들어가거나 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서를 통해 가입자는 가입기간과 월 보험료, 예상연금월액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특히, 가입내역안내서에는 국민연금수령액을 늘리기 위한 중요한 정보들이 수록돼 있어 눈여겨보자.

 

▲ 주택 리밸런싱으로 여유자금 확보하라
경찰공무원 퇴직을 5년 앞둔 박기준씨(가명·57)는 경찰공무원으로서 30년 동안 일하며 월급을 착실하게 모아 집을 사고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 연금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 아들의 결혼을 앞둔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해주려면 아무리 작은 아파트라도 3~4억 원이 필요하다.

 

박씨는 돈이 아예 없다면 몰라도 새 출발하는 자식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싶다. 중소기업 회사원이라 빠듯한 월급으로 대출 원리금 갚느라 허덕이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이에 S은행 금융센터 김영호(40) 재테크 팀장에게 물어보았다.


김 팀장에 따르면 “거주주택의 리밸런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더이상 넓은 집이 필요없다. 여유자금을 확보하려면 큰 집을 팔고 소형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근 은퇴준비를 시작한 베이비부머가 가계지출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주택 다운사이징이다.”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퇴직을 앞둔 세대에게 경제활동이 중단된 노후생활은 인생 마라톤의 중간지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생활자금도 준비해야 한다. 부동산가격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 젊은 세대일수록 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요즘 금리가 낮아서 대출 환경도 나쁘지 않다. 자녀 결혼자금이 아닌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부동산 자산을 재설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막연한 상가투자 ‘리스크 높아’…부동산 펀드도 알아보라
민은기씨(가명·60)는 퇴직 이후 자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평생동안 모아둔 돈을 은행과 새마을금고에 정기예금으로 안전하게 묶어뒀다. 하지만 이자가 기껏해야 30만원으로 터무니 없이 낫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받아도 생활비가 부족해 막막하다.

 

민씨는 최근 TV에서 수익형부동산이 노후대비 투자처로 각광받는다는 정보를 접하고 고민 끝에 소형빌딩에 투자하기로 했다. 전 재산에 대출을 약간 보태 작은 빌딩을 사고 상가나 소형주택 월세로 생활비를 벌면서 대출금을 갚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공실이 걱정이다. 그리고 대출이자도 매월 고정적으로 갚아야 해서 혹여 건물시세가 하락하면 은행으로부터 대출상환 압력을 받을까 싶어서 불안하다.

 

마포구 소재 재테크 전문가는 소형빌딩에 투자할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과 임대관리는 상가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한다. 특히 은퇴 이후 대출이나 현금성 재산을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 있다면 매수 후 5년이 지났을 때 절세가 가능하다. 하지만 단순히 고정적인 수익만을 기대한다면 부동산펀드를 추천한다.

 

물론 부동산펀드 역시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출이나 전 재산을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직접 투자했을 때의 각종 세금이나 관리의 부담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운용이 가능하다.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기대할 만하다.

 

▲ 주택연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재산세를 최대 25%까지 감면해준다.



▲ 주택연금으로 생활비 마련해라…세제 혜택은 ‘덤’

김용지씨(가명·63) 부부는 젊은 시절 사업실패로 노후자금을 모으지 못했다. 나중에는 조그마한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빚까지 지면서 아직까지 이자에 허덕이며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두 사람 모두 건강한 몸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 또 신도시 개발 때 정부에서 임대받아 분양전환한 주공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언제까지 일을 하며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대한 오래 일할 계획이다. 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역모기지론도 활용해보자. 역모기지론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은행에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정한 기간 동안 매달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그중 국가가 보증하는 상품은 ‘주택연금’이라고 한다. 주택연금은 연금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해도 상속인에게 청구되지 않는다. 반대로 연금수령액보다 집값이 더 높을 경우 차액이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주택연금은 세제혜택도 많다. 가입주택이 5억원 이하면 재산세의 25%를 감면해준다. 대출을 받아도 이자비용에 대해 연간 2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주택연금 이용자와 배우자는 가입주택에 거주해야 한다. 만일 재건축이 예정돼있다면 관리처분 인가 전 단계까지만 가입이 가능한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 1지붕 2공간, ‘내 집에서 하는 재테크’
내 집에서 임대업이 가능한 ‘세대분리형’ 아파트도 고려해보자. 대형아파트에 거주하는 퇴직자라면 세대분리형으로 집을 리모델링해 ‘부분 임대’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들어 일부 건설사에서 대형아파트 안의 공간을 나눠 현관문과 주방, 화장실 등을 두개 이상 배치한 세대분리형 아파트를 짓고 있다. 임대나 가족 간 거주공간 분리를 목적으로 주방과 욕실을 갖춘 집을 두 공간으로 나눠서 분리·설계했다.  

 

세대분리형 아파트는 같은 평수의 아파트보다 3천만원 ~5천만원 정도 더 비싸지만 집 값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고 세입자를 받을 수 있어서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세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  영농복합단지 설명회에 참여해서 설명을 듣고 있는 50~60대들의 모습


▲ 귀농으로 얻는 월 소득…초보자도 가능해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김옥자씨(가명·57)는 남편과 함께 주말마다 강원도 홍천에 버섯 농사지으러 내려간다. 이 곳에서 김씨는 송이버섯 농사를 짓는다. 이곳은 주말에 농촌에 기거하는 주민들을 위해 영농복합주거단지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김씨가 선택한 귀농은 ‘소득형 주말 귀농’이다. 개인이 직접 농사짓고 재배하는 일반적인 귀농이 아니라 전문업체와 함께 거주하고 농사한 소득을 거주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소득형 주택은 일반주택보다 분양가가 1.2~1.5배 비싸지만 버섯재배에 따른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김씨가 분양받은 주택은 버섯재배 전문업체가 건물 지하에 상주하며 버섯 종균배양부터 재배, 유통까지 책임진다. 

 

버섯재배에 최적화된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시스템도 가동된다. 김씨는 지하에 내려가 하루 2~3시간 버섯을 관리하기만 하면 되니 손쉽게 농사에 참여할 수 있다.

 

김씨가 배지(버섯통)의 교체시기를 결정하면 전문업체는 버섯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최상급의 배지를 조달한다. 버섯은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로 판매되고 김씨는 버섯재배지 60평 기준, 월 200만 원 정도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분양 계약시 2년 간 월 소득 200만원을 보장하므로 버섯농사가 잘 안되더라도 2년 동안은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가능하다.

 

강원도 지자체 관계자는 “그동안 이주민에게 전입지원금을 제공했지만 일시적인 지원에 그쳤다”면서 “신개념 영농복합주거단지는 함께 농사짓고 소득을 돌려줘 농사 경험이 없는 도시민들도 큰 걱정 없이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