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랑스·유엔 등 잇따라 성명.. 투사 잃었다" 애도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 인권운동가로 잘 알려진 류샤오보(劉曉波·1955~2017)가 13일 오후 9시께(현지시간) 사망했다.     © 중앙뉴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 인권운동가로 잘 알려진 류샤오보(劉曉波·1955~2017)가 오랜 수감 끝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돼 교도소 밖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13일 오후 9시께(현지시간) 사망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들과 대다수와 민영매체들이 류샤오보(劉曉波·1955~2017)의 죽음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정작 중국에선 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14일 현재 중국 대륙의 신문·방송·인터넷 매체들은 류샤오보의 사망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와 웨이신(微信·위챗) 등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류샤오보'의 이름으로는 아무런 검색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 포털에서도 류샤오보 이름을 검색하면 작년 말 노르웨이·중국이 6년 만에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그의 이름이 거론된 것 외에 교도소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가석방돼 외부 치료를 받다가 숨진 과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탓도 있지만 매체들이 자체 검열을 통해 보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감한 외교사안 등에 관해 중국 당국 입장을 대변해온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유일하게 '류샤오보 향년 61세 사망' 제하의 기사에서 "중국 정부는 최고의 의료진을 동원해 류샤오보를 집중 치료했고 그가 교도소에 있을 때부터 B형간염 보균자였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로 중국에 주재하는 다른 나라 외교관 또는 외국 기업인들을 독자로 하는 신문사다. 중국내 다른 언론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이 신문만이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을 이례적으로 알린 것은 류샤오보 별세를 계기로 중국 당국에 쏟아질 서구와 국제인권단체들의 인권탄압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동안 류샤오보를 중국 내에서 대의명분을 얻지 못해 사회로부터 버려진 국외자로 묘사해왔다.

 

한편 류샤오보(劉曉波·61)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잇따라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그의 죽음을) 깊이 슬퍼하고 있다. 유족과 그의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구테흐스 총장은 그러나 류샤오보의 사망을 계기로 인권탄압 비판에 직면해 있는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UNOHCHR)는 "중국은 물론 세계의 인권운동에 헌신해왔던 투사를 잃었다"며 애도했다.그는 중국의 평화·민주주의를 상징했던 인물인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애도를 표하고, 가족과 친구들이 명예롭게 그의 장례를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 역시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의 타계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적인 투쟁을 해온 이 지성인은 미래 세대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르드리앙 장관은 "오랜 수감 생활에도 그는 30년 넘도록 용기 있게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특히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왔다"면서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미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그의 부인인 류샤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해제하고 출국을 허용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류샤오보의 부인 루샤를 비롯해 그가 사랑했던 모든 이에게 충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달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루샤의 희망에 따라 그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어주고, 중국을 떠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시인이자 학자이며 용감한 운동가였던 류샤오보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추구하는 데 삶을 바쳤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와 가족, 친구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류샤오보를 "자유를 위한 진정한 챔피온이자 전세계 민주화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영감이 되는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류샤오보는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선언을 계기로 2009년 국가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010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올해 5월 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류샤오보 사망소식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중국 내부에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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