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식 '돌출행보'…노승일 말이 맞았다

▲ 정유라 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정유라의 깜짝 출석으로 최순실과 최순실 변호인단은 혼란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정유라씨의 증언으로 분개한 최씨는 "딸과의 인연을 끊어버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변호인단도 정유라씨의 변호를 거부하는 등 사임 방안 검토중에 있지만 우선은 정씨의 행보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당초 정유라는 이경재 변호사 등 최씨 변호측과 논의해 이재용 재판에 불출석하기로 했다. 그러다 정유라는 이재용 재판 당일인 12일 오전 8시 19분 경 한 변호사에게 "밤새 고민해봤는데 저 오늘증인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게 옳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 출석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후 정씨는 돌연 법정에 출두했다. 

 

이에 정씨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씨를 회유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특검은 "회유,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유라 본인이 직접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맞섰다.

 

정유라는 지난 12일 진행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깜짝 출석해서 폭탄을 방불케 하는 증언을 쏟아냈다.

 

이 날 정씨가 증언했던 발언을 살펴보면 "어머니한테서 '말을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듣고서 '살시도'(말 이름)가 내 말이다라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에 정씨는 "그런 말은 들었지만, 내 말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정씨는 "어머니 말을 듣고 살시도를 구입했거나 (소유권 문제가) 잘 해결돼서 우리가 말을 소유하게 된 거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어 정씨는 최씨가 독일에서 중개업자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로부터 세 필의 말을 구입한 것 맞다. 다만, '살시도' 말을 샀을 때는 삼성이 대금을 낸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최씨는 정씨에게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지니까 살시도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며, 그제서야 삼성이 살시도를 사 줬다는 사실을 알았다는게 정씨의 입장이다.

 

이에 정씨는 "어머니 말대로 실제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꿨다는 것.

 

12일재판 이후 이경재 변호사는 "최순실은 정유라 출석소식과 증언을 변호사를 통해 듣고 깜짝 놀란 정도가 아니라 기가 찬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지금 최씨는 아연실색 그 자체다라며,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라고 최씨의 상태를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 최씨는 측근을 통해 "최씨가 전략을 새롭게 짰다면서, 지금은 딸에 대한 배신감을 우선 짓누르고 분명 무슨 이유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유연이가  내 뒤통수를 칠리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은 폭탄발언 경위 파악부터 하는 쪽으로 바꿨다는 얘기다.

 

최씨 변호인단은 “12일 재판이 끝난 뒤 최순실씨는 변호사를 통해 딸의 행방을 알아봤다. 그런데 휴대폰은 꺼져 있고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짐작컨데 "의도적으로 변호사를 피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마음에 최씨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 측과 연락을 끊은 정유라씨의 행보는 현재 묘연한 상태다. 변호인단은 정씨가 귀국 후 기거해온 미승빌딩 등 갈만한 곳을 찾아갔으나 소재 파악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유라씨의 행보가 겉으로는 "돌출행동으로 비춰지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씨는 귀국이후 여러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안의 유불리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정씨가 ‘플리바게닝식’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플리바게닝 작전이란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종합해보면 이재용 부회장 재판 당시의 증언이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나왔다는 얘기인 셈이다.

 

사실, 정씨의 이번 행보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은 정유라가 출연하기 한 달전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유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친구다. 지금까지 삶이 워낙 자유분방해 무슨 돌발적인 말과 행동을 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노승일 부장의 발언이 새삼 주목되는 가운데 정유라의 행동의 진실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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