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대작(對酌)

이 석 균

 

7번국도 삼팔선휴게소 500미터 전

동해와 마주보고 섰다

날아올라 달려드는 배추흰나비들

뒷걸음질은 늦었고

바짓가랑이 젖어버렸다

 

오래된 가슴 용기 내어 내밀고

파고드는 비린내를 들인다

배가 충분히 불러올 무렵

조금 전 헤엄치던 살점들 앞에 놓고

평평한 돌 하나 골라 앉아

소주를 따른다 종이컵은 두 개다

한 잔은 손에 들고 한 잔은 너의 잔

들이켠 독한 술 내시경 되어

상한 속 여기저기 따갑다

얼른 살점 하나 집어 입에 넣는다

 

살점들이 다 비어갈 때쯤

하늘이 빨갛게 달궈졌고

비린내가 구워져 접시에 채워졌다

아줌마 다시 안 불러도 되겠다

혼자 있긴 아까운 곳 혼자 와서

대작(對酌)하다 보니 바다가 취했는지

제가 먼저 비틀거린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바다는 어느새 까맣게 탔고

일어서려는데 너의 잔이 남았다

할 수 없이 가스램프를 꺼내고

빈 잔에 남은 바다를 따른다

바다는 제 잔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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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날이 있다. 빼곡한 일상을 훌쩍 떠나 어느 한적한 곳에 혼자 있고픈 그런 날...

바닷가 어느 한적한 술집에 홀로 앉아있는 한 남자를 본다. 너른 바다 혹은 철썩이는 파도와 마주앉아 잔을 나누는 화자, 어쩌면 또 다른 그 자신과 마주앉은 것이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다가 파아란 바람을 데려와 잔을 채우고 비릿한 바다 내음이 잔을 부딪고... 자연이야말로 때론 대작할 가장 훌륭한 벗이 아닌가? 하지만 방황하는 자아를 가장 잘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란 것도 우리는 잘 안다.

이 폭염의 시간을 위로하듯 시인을 따라 잠시 떠나본 바닷가 그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듯하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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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균 시인 /

대구 출생

2016년 <문학 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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