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에 나타난 이중성의 배경은…예술성과 상업성의 딜레마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낙서 화가로 알려진 뱅크시 작품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2017 한국그래피티 뱅크시전시회"가 7월 14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는 '마틴 불 사진작가 컬렉션'을 중심으로 약 150여점의 그림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은 뱅크시 작품 세계의 아이러니한 영감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뱅크시한국전시회를 기획한 이광호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뱅크시 작품들은  런던, 브라이튼, 브리스톨 등 영국 곳곳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호주,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도 전시회가 열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뱅크시 그림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뱅크시의 거리 예술이 작금의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아 마틴불을 어렵게 설득해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뱅크시가 거리낙서화가로 이름이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마틴 불 사진작가 때문이다. 마틴불 작가는 뱅크시 거리아트물에 대한 열성팬이자, 큐레이터, 기획자, 포토그래퍼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틴불 작가는 2006년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거리 주변을 돌며 뱅크시에 대한 독자적인 작품을 가장 먼저 출간했다. 그가 집필한 책들을 보면 뱅크시가 런던의 거리에서 펼쳤던 예술활동의 소재를 확인해볼 수 있다. 

 

한편, 뱅크시는 철저히 익명으로 가려져 베일에 휩싸인 가장 신비한 문화 아이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뱅크시는 지금까지 실명과 얼굴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수많은 언론이 그의 실명, 마스크 뒤에 가려진 그의 정체를 추적하고 파헤쳤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 이유는 낙서로 인한 공공시설물 파괴에 따른 법적 기소를 피하기 위해, 언론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의 기상천외한 거리예술작품은 처음에는 공공장소 훼손 행위로 지적받기도 했다. 하지만, 뱅크시는 단호했다. 그는 "거리의 예술은 거리에 남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거리예술이 상업갤러리에 진입한다고 해서 그로부터 미리 도망갈 필요도 없고 어떤 형태로 흘러가듯 그 흐름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뱅크시의 작품을 보고 어떤 지방 도시에서는 그의 전시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또 불법성적인 작품인데 불구하고 그의 낙서를 제거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뱅크스의 거리예술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상업성과 예술성이 끊임없이 대립한다는 점이다. 

 

초창기에 뱅크시는 "거리 미술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하며 잘 보이는 곳에 표시해야 한다"고 항상 말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완충 장치와 장벽이 없어야 한다는 것. 이런 반박론적인 메시지가 뱅크시를 전세계에서 가장유명한 거리예술가로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뱅크시의 작품은 지금까지 항상 상업성에 활용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뱅크스의 반항적 메시지는 어느 순간 부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들에게 종종 이용되기 시작했다. 

 

한편 뱅크시는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환상이 실제보다 더욱 강력한 마케팅 도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뱅크시 “Love Rat”이라는 판화에서 볼 수 있듯, 지금은 소장자의 손에 있지만, 뱅크시가 오랫동안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거리 예술의 모순점을 나타낸 거리 예술의 상업화의 케이스를 보여준 셈이다. 

 

뱅크시로 인해 거리 예술은 큰 깨달음이 생기게 된다. 처음 시작은 거리 예술 작품이 그려진 곳에서 시작됐다. 누구나 보고 즐겨야 한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거리 예술은 시작했지만, 거리예술이 명성을 얻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거리 예술가가 거리예술가로 생활을 하느냐 아니면 부와 명예가 따르는 상업화가로 나서야 하는 기준에 서게 된 것, 

 

이처럼 뱅크시는 상업체계를 항상 조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업 체계에 흡수되어 왔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가와 상업인 사이의 혼란과 싸움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적 청렴성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 사이의 격렬한 상호 의존성. 막대한 입장료까지 내며 예술가인 뱅크시 의사와 상관없이 열리는 뮤지엄과 상업갤러리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은 뱅크시가 그린 대표 작품이다.>

 

▲  Girl With Balloon - London - 2006   © 중앙뉴스
▲ Girl with the Pierced Eardrum - Bristol - 2014     © 중앙뉴스
▲ well hung lover - bristol - 2009     © 중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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