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광원 기자]미국이 한미FTA 개정을 공식제안한 가운데, 정부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한미FTA 이행평가서를 작성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준비 부족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부의장은 27일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FTA에 대한 이행평가서는 5년 넘도록 단 한 차례도 작성되지 못했다. 올해 5월 30일에야 연구기관을 선정해 올해 11월말이나 돼야 발간될 예정”이라면서, “통상조약법이 정한 FTA 이행평가서조차 없이 한미FTA 개정협상에 임한다면 미국 측 일방의 요구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은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FTA 이행평가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한다. 미국의 연례보고서에서는 각 국가별 통상조약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종합적으로 분석되고,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효과는 물론 각 자유무역협정들 간의 효과 등에 대한 비교도 이뤄진다.

 

7월 25일 발간된 미국 무역위원회 2016년 연례 보고서(The Year in Trade 2016)를 보면, '산업별 FTA 효과 분석'은 '돈육', '아보카도', '블루베리', '자동차', '구리' 등으로 무척 자세하게 분류돼 매우 정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가별 분석'을 보면, 미국은 한국 시장을 "규제 시스템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고 주주들이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시장"으로 보고 있고 우리나라 저성장의 원인을 "부분적으로 중국의 저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미FTA 이행평가보고서를 5년 넘도록 작성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근거법률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조약법)」 제15조에 의하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발효된 통상 조약의 경제적 효과 △피해 산업 국내 대책의 실효성 및 개선 방안 △상대국 정부의 조약상 의무 이행 상황 등 통상조약에 따라 구성된 공동위원회에서의 주요 논의 사항 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하지만 한-미 FTA 이행 보고서는 5년 4개월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발간되지 않았다. 통상조약법 시행령 제2조에서 평가주기를 ‘5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부가 지난 21일까지 비공개로 유지했던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과 EU는 매년 FTA 이행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동시다발적 FTA 체결에만 몰두해 온 통상 관료들이 이행평가에는 소홀했다"면서, "초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제대로 된 이행평가 없이 협상에 나선다면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의원은 “국정과제 <보호무역주의 대응 및 전략적 경제협력 강화> 항목에서 한미FTA 재협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철저히 대비하겠다던 정부의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산업부는 즉각 시행령을 개정해 FTA 이행평가 주기를 1년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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