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추가배치'에 이어 '독자제재 방안' 지시

▲ 북한이 28일 밤 실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 모습     ©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북한이 28일 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를 도발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전략도 크게 대폭 수정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이'레드라인'(임계치)에 도달한 상황에서 종전과는 차원과 강도를 달리하는 등전략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 날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 곧바로사드 잔여 발사대 4기(基) 추가 배치를 지시한 가운데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개시를 요청한 한 것이 대북전략 변화의 대목.

 

국제사회의 대북압박과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대북접근법과 전혀 다르다.

 

북한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밤 고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3천724.9㎞까지 상승했고,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 본토까지 타격가능한 위험한 수준이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 본토에 핵 공격도 감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기존 외교·안보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핵실험이나 ICBM 발사의 경우 레드라인으로 간주되지 않느냐"며 "ICBM이라고 하면 사거리와 재진입 기술, 탄두 중량, 정확성을 다 포함하는 개념인데 지금 발표 내용을 보면 거리상으로는 ICBM급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에 북한의 미사일이 ICBM으로 판명된다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온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레드라인에 근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하에 우선 잔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의 추가 배치라는 '결단'을 내렸다.

 

다만, 문 대통령은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면서도 이미 배치된 발사대 2기뿐 아니라 추가 배치될 발사대 4기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

 

이는 북한의 시급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배치 수순에 돌입하면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감안하고 북한과의 대화 여지를 열어두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1시 북한이 28일 밤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기습 발사한 것과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소집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사드 추가배치 외 한국 자체 제재방안 강구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필요시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단호한 대응이 말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도 실감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실질적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심의 다자 제재구도와 한·미·일 3자 구도에 터 잡은 지역 제재구도와 함께  '다층화된' 제재구도를 만들어, 제재의 실효성과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곳간을 뒤져서라도 무엇이 있는지 보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국과 우리 미사일의 성능 강화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의 개정협상 개시를 공식 제안했다. 이에 맥매스터 보좌관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의 미사일 성능 개량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독자적 제재방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은 우리나라 차원의 독자제재에 포함될 수 있다"며 "독자적인 국방 안보체제, 특히 대북 미사일 대응방안의 하나로 확보해야 할 전력"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해 최대 사거리 800㎞, 탄두 최대 중량 500㎏으로 제한돼 있다. 미사일 지침 개정은 사거리는 800㎞로 유지한 채 탑재 가능한 탄두의 무게를 증가하는 쪽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탄두 무게를 얼마나 늘릴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1t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탄두 중량 500㎏의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 정도를 파손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췄으나 탄두 중량이 1t으로 증가할 경우 지하 10여m 깊이에 구축된 북한 전쟁지휘부 시설이나 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탄두 무게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정되면 우리 군의 미사일 성능 개량에 속도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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