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창궐하는 ‘백신기피’ 결국 사회적 재앙

▲ 의사들은 영유아의 예방접종에 대해 "사회적 비용을 가장 적게 치르는 방법으로 공중보건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    


자녀 건강문제에서 부모의 관심은 엄청나게 크다. 특히 영유아를 자녀로 둔 부모는 감기걸린 자녀의 열이 40도에 육박할 것 같고 의사들이 합병증 가능성을 이야기하면 소아과 진료실에서 주저앉아 울기까지 한다.

 

그런 부모들이 때론 엉뚱한 가설을 믿고 너무나 쉽게 현혹되는게 현실이다. 그들은 엄마나 아빠를 두고 가장 약한 부분을 고른다. 바로 ‘자연치유’이다. 핵심 메시지는 ‘질병을 자연의 힘으로 극복해 자체 면역력을 키우게 하자’인데 엉뚱하게 예방접종 거부를 권장한다.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엄마들은 너무나 쉽게 공략당한다. 

 

▲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백신 기피’ 풍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보고서에서 백신기피로 한 해 150만명의 어린이가 죽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일 안아키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인터넷 카페 운영자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카페를 운영하며 회원 6만명에게 숯가루, 소금물, 간장 등을 약 대신 사용하라는 치료법을 권장했다. 

 

이 카페는 수두백신의 위험성과 아토피 치료의 불필요성 그리고 장염의 자연 치유를 권장했다. 자연주의 치료법을 내세운 이 치료법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일부에선 아이 예방접종조차 거부할 정도로 극단적이다. 

 

WHO는 백신 기피증은 잘못된 정보나 신념, 무사안일에 기인한다면 결국 이런 기피증으로 특정 전염병에 대한 면역체계를 완성하거나 백신 효과를 최대화 하는데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백신을 맞으면 뇌손상이나 자폐증이 올 수 있거나 백신 보존제로 사용하는 수은에 중독될 수 있다”는 논문까지 인용하며 잘못된 신념을 합리화 한다. 한 전문의는 “예방접종과 뇌손상, 자폐증의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접종거부는) 부모가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까지 감염병의 위험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해외 ‘안티 백신’ 운동에서 영향을 받았다. 안티백신운동은 지난 1970년 영국의 한 대학교수가 백일해 백신에 의한 뇌손상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백일해 백신이 아이의 뇌손상과 연관이 있다는게 이 교수의 주장인데, 결국 영국에서 접종률 40%까지 떨어진 것을 비롯해 스웨덴과 일본까지 급격히 감소됐다.

 

이어 1998년에는 국제의학저널 란셋에 ‘홍역 백신과 자폐증의 관계’가 게재 되면서 7000여명에 불과한 홍역환자수가 갑자기 3만여명으로 폭증했다. 그리고 유럽에는 홍역의 대유행이 찾아왔다. 

 

이후 이 논문이 나중에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게재 취소 처분을 받았다. 결국 잘못된 정보는 필요없는 사회적 비용만 지불하게 됐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지금. 한국에선 또다시 이 이야기가 사실로 둔갑했다. 

 

▲ 넘치는 건강정보 속에 숨은 유사 정보 조심해야

예방접종은 꼭 맞혀야 한다는 건 내 자녀의 건강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예방접종 거부는 공공의료분야를 훼손시키는 행동이다. 결국 그 사회적 비용과 손실은 고스란히 납세자인 자신의 손으로 돌아오게 된다. 

 

의사들은 예방백신 내 수은이나 알루미늄 등 백신내 중금속 중독 위험에 대해 반박한다. 이들은 “백신 보존제로 수은이 쓰이지만 체내에 쌓여 중독을 일으키는 것이 무기수은 대신 몸밖으로 배출되는 유기수은”이라며 “현재는 그나마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사들이 불확실한 정보로 의료 소비자이며 수혜자를 농락한 것이다. 의사들은 한입으로 “백신은 그 동안 수십억의 인구에게 맞혀본 만큼 안전성과 치료효과에서 입증된 것”이라고 필요성을 설명한다.

 

이어 의사들은 “예방접종이란 제약회사가 돈벌이 수단으로 만든 것”이라는 음모론에 대해 기가 막혀 한다. 한 제약사 임원은 “영유아용 예방접종은 보건당국이 질병 발생 빈도와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 심의하므로 기업의 이윤 추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아키’라는 카페에서 주장하는 치료법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현직 의료인의 주장이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요즘 문제가 되는 아토피는 다양한 원인에서 나오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치료를 해야 한다”면서 “안아키라는 카페의 설명 처럼 긁는다면 다른 세균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