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이윤범 칼럼]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과 비교를 당하면서 평생을 산다. 태어나자마자 예쁘게 생겼다, 다른 아이보다 걸음마를 빨리 시작한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한다,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였다, 결혼은 누구와 했다는 등 우리자신이 알게 모르게 “타인과의 경쟁”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눈만 뜨면 먹을 것이 지천에 깔려있던 원시시대에는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식량을 분배할 일이 없었기에 경쟁도 필요 없었다. 식량 확보를 위해 집단생활이 필요하게 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부터 우리 인간에게 만인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타인은 삶의 반려자나 동지로 보다는 내 것을 탐내는 경쟁의 상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경쟁원리는 타인들과 자신의 능력을 겨루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경쟁을 통해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을 골라내고, 그 능력을 통해 더 높은 생산성을 성취한다. 즉 생산도구의 소유자 입장에서는 최상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것이다. 경쟁을 해야 하는 개인입장에서는 살기위한 생존의 몸부림이지만, 집단의 시각으로 보면 전체의 수준이 높아진다. 이런 경쟁방식을 동원한다는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 시킨다는 자본주의의 목적과도 부합한다.

 

지금 전 세계는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경제활동의 자유를 갈구하는 것이 영원한 이상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핵심은 공동체의 가장 기본질서였던 가족이 아니라 개인주의가 그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개인의 자유, 개인의 행복, 개인의 권리가 그 어느 단체나 집단의 그것들보다도 우선이 되어야 함을 뜻한다. 개인주의에서 자신이 자유, 행복, 권리를 누리려면 기본적으로 타인의 그것들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매우 이기적인 요소가 깔려있다. 그래서 타인은 공동체라기보다는 경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에서 연봉제가 이제 대세로 정착한지가 꽤 오래 되었다. 신자유주의 여파로 경제논리와 아무 관계도 없을 것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자본주의에 만연되어 있는 연봉제가 일반화 되었다. 당연히 교육자들이 모이는 자리에 항상 등장하는 대화가 순위에 관한 이야기이다. 교육자 자신들의 순위가 그 주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경쟁의 우리에 갇혀있는 우리는 하루 24시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항상 남보다 잘해야 되기 때문에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모임에서 항상 등장하는 대화중에 돈 버는 일이 주제가 되는 것이 다반사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놓쳐 안타깝다는 사연을 털어 놓기까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간직한 채 헤어진다. 대학을 졸업해서 대기업에서 수 십 년간 성공적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친구들이 항상 털어 놓는 이야기이다 보니 이들의 일상이 우리 모두의 현실인 듯하다. 이렇듯 우리 모두가 매일 경쟁사회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심한 스트레스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인간은 극한의 경쟁 상태에 놓여 있으면 최선을 다해 대응하지만, 그와 동시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또한 그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정상적인 생체 기능을 할 수 있는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신체면역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대표적인 정신질환인 우울증도 경쟁사회에서 야기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냉혹한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쯤해서 우리는 인간의 본능인 욕망과 자신이 평소 추구해왔던 가치에 대해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종교에서는 영생을 이야기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죽음은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가 욕망을 억제할 수 있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현재의 자신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의 사서오경에서 나오는 동양철학의 중요한 개념을 담고 있는 중용의 의미가 새삼스러워진다. 매사에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으면서도, 타인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렇게 크게 절실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이윤범 교수

 

▲   이윤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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